경북 울릉군의 '한 손 어부' 최기철(56·사진)씨. 그는 매일 오징어잡이배 위에 몸을 싣는다. 한밤에 집어등을 켜고 다섯시간 넘게 걸리는 먼바다로 향한다. 둔탁한 파도 위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하기도 힘든 곳. 그곳에서 최씨는 뱃일을 시작한다. 그의 오른손에는 의수가 달려 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렸을 적 최씨는 지독히도 가난했다. 학교를 다닐 형편이 되지 못했다. 14세 때 배를 처음 탔다. 어린 그에게 있어 노동은 고단했다. 배 위에서 사고로 한쪽 팔도 잃었다. 하지만 되뇌었다. "나는 못 배우고 힘들게 살았지만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삶을 살아보자."
이런 생각 때문일까. 그는 자신의 상황에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자의 입장에서 주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거 같다"며 최씨는 연신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기부를 시작했다. 지난 1998년 경북 울릉군의 '한울림장학회'에 36만원을 기부한 것이 그 처음이다. 이때 이유 모를 따뜻함을 처음 느꼈다던 그는 지금도 이 장학회를 후원하고 있다. 16년째다.
최씨는 아내와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늘 미안했다. 대신 패물 비용 조금씩 모았다. 돈이 1,000만원쯤 모였을 때 최씨는 조심스레 아내에게 말했다. "패물 비용을 모두 기부하면 어떨까" 아니나 다를까 아내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 2011년 최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패물 비용을 전액 기부했다. 최씨는 이 단체에만 2012년 1,600만원,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300만원을 기부했다.
최씨는 두 해 전부터 유니세프에도 정기후원을 한다.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잔치를 열거나 형편이 어려운 한부모 가정의 집수리도 하는 최씨다. 이렇게 16년간 기부한 금액은 총 4,000만여원에 달한다. 최씨는 이달 19일 행정자치부의 국민추천포상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사람이란 본래 사람 인(人)자처럼 서로 기대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며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되고 싶다고 그는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