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실익 없어 미국·일본도 손놓고 있는데… 글로벌 IB만 배불릴 판"

■ 재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유보해 달라"

재계 "가뜩이나 힘든데 최대 27조 추가부담 우려"

환경부선 "환경기술 선도… 예정대로 추진" 맞서

여야 초당적 협조 땐 연말까지 법 개정도 가능



"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손놓고 있고 혜택도 없는데 굳이 먼저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의 전면 시행을 앞둔 경제계의 불만을 함축한 말이다.


현재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유럽연합(EU) 28개국을 포함해 스위스와 카자흐스탄 등 총 38개국이다. 중국에서는 7개 성이, 미국은 캘리포니아주와 동부 9개 주에서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떨어진다. 특히 일본은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다 아예 그만뒀다. 경제계가 "정부가 너무 과도하게 앞서가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다.

◇경제계 "실익보다는 손실 많아 도입 늦춰야"=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의 취지를 부정하는 곳은 없다. 다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중국과 미국이 제대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나서봐야 실질적인 효과가 작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 환율하락·내수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환경부담 리스크라는 '핵폭탄'까지 떠안게 되는 형국이라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지난 2010년부터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온실가스목표관리제가 시행되면서 대형 사업장은 온실가스를 줄여오고 있지만 이것과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와의 강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온실가스목표관리제 아래서는 목표가 '협의'에 의해 정해졌다면 배출권거래제에서는 '할당'으로 이뤄진다. 목표제에서는 지키지 못하더라도 1,000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되지만 앞으로는 톤당 최고 10만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로 인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최대 27조원의 과징금을 기업들이 물 수 있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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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배출권거래제를 먼저 시행한다고 해서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2008년 EU와 미국 등지에서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를 이행하지 않는 나라에 무역제재 조치 등을 취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무산됐다. 반대로 혜택도 전혀 없다. 지구환경 개선이라는 순수한 의도만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배출권거래제를 한다고 해서 어떤 혜택이나 페널티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야 초당적 협조하면 법 개정 가능해=재계가 제도 시행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이미 관련 법과 시행령이 통과됐고 올해 초 기본계획까지 나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의원입법을 통해 개정을 추진하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경제계는 여기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 연말까지 법을 수정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간 초당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등이 제도 도입을 추진하다 포기한 사례가 있어 제도 시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한다고 해서 국제신용이 떨어질 일은 없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 최소한 제도 시행 전까지 업종별 할당량이라도 수정해달라는 게 경제계의 입장이다. 업계는 환경부가 1차적으로 만든 업종별 배출 허용량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주장한다. 환경부는 1차 계획기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기업들이 총 16억4,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도록 정해놓았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환경부가 배출 총량을 더 이상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이 글로벌 투자은행(IB)들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백광열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은 "배출권은 기본적으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으로 JP모건·BNP파리바 같은 곳이나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종합상사와 중국 칭화대 정도만 거래를 할 수 있고 국내 금융사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도 시행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환경부는 지난 정부 때부터 추진해오던 정책인데다 환경기술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당초 일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배출권거래제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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