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경계 조치 내린 지 보름여 만에 격상
마늘도 주의에서 심각으로 위기 단계 높여
정부가 기록적인 가뭄에 생산량이 급격히 줄고 있는 양파의 수급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올해도 마른장마가 이어지면 고랭지 배추와 무의 생육에도 문제가 생길 전망이라 8월 밥상 대란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4차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열고 경계경보 단계인 양파는 심각경보, 주의단계인 마늘은 경계경보로 위기단계를 상향조정했다고 9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2일 양파와 마늘에 대해 각각 경계와 주의 경보를 내렸다. 농식품부는 양파와 마늘 농가의 의견과 통계청이 발표한 생산면적 등을 감안해 가격 급등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위기단계를 높였다고 결정했다.
심각은 4단계(안정·주의·경계·심각)로 구성된 수급 위기 판단 기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경보다. 지난 5월 kg당 731원이던 양파 도매가격은 지난달 996원까지 올랐고 이달에는 1,221원으로 뛰었다. 마늘도 5월 도매가격이 kg당 3,540원에서 6월 3,942원, 7월은 4,800원까지 뛰고 있다.
양파와 마늘의 가격이 뛰는 이유는 최근 이어진 가뭄으로 생육이 부진,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7월 농업관측(KREI) 결과 올해 부족한 양파 수급량은 지난달 14만톤에서 이달 15만4,000톤, 마늘은 4만1,000톤에서 4만2,000톤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장마철이 시작됐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의 힘이 약해 주요 가뭄 지역인 경기 북부와 강원에 큰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뭄 해갈이 안되면 경기·강원지역의 고랭지배추와 무의 생산량도 줄어들어 8월 채소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5월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지수는 107.84포인트로 기록적인 가뭄을 보였던 지난 2012년 9월(112.52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름철 밥상 가격 급등 조짐에 농식품부도 수급조절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7월과 8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양파에 대해 22만톤의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가격상승이 지속될 경우 TRQ를 적용해 낮은 관세로 양파를 수입해 시장 가격 안정화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한다. 고랭지배추와 무도 출하량 감소를 대비해 배추 5,000톤, 무 3,000톤의 물량도 확보한다. 계약재배를 통해 배추(3만5,000톤)·무(1만톤) 4만5,000톤의 물량을 추가로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마늘도 계약재배물량(4만5,000톤)과 비축물량(2,168톤)을 통해 수급조절에 나서고 가격이 뛰면 TRQ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격 급등에 대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