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자본 경계론 확산 분위기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론이 확산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를 구원하고 한국 경제의 건전성과 회복 정도를 입증해주는 지표로 간주됐던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국내 자본과 외국 자본의 차별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외국계 펀드의탈세와 외국자본의 주요 금융사 인수에 따른 부작용 등이 발생하면서 외국자본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자본 경계론 배경 외국자본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외환위기 직후 은행과 기업 등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부터 제기됐다. 외국자본의 유입이 당장 쓰려져가는 은행과 기업의 회생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와 고용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상당수 주요 은행의 외국인 지분비율이 50%를 넘어가자 은행들은 자금 중개라는 공적기능을 수행하기 보다는 수익성과 안전성을 앞세워 가계대출 위주의 영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은행의 돈을 쓰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또 제조업 분야에서도 외국인 주주의 비중이 큰 기업은 단기적인 성과 위주의경영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줄어들었고 고용의 안정성도 위태로워졌다. 특히 최근 론스타, 칼라일 등의 외국계 펀드가 2천억원 상당의 세금을 내지 않고 국내 자회사를 통해 소득을 부당하게 해외로 이전시킨 사실이 국세청 조사로 밝혀져 시장경제의 화신으로 믿었던 외국자본의 또 다른 면이 드러났다. ◇ LG카드 등 구조조정 기업 매각에도 영향줄 듯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론은 최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LG카드, 외환은행 등의 매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금융사마저 외국자본에 넘어가면 정부의 금융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고 국내 소비자의 정보가 대거 해외자본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달 매각공고가 날 예정인 LG카드는 1천만명에 달하는 방대한 국내 회원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토종자본에 매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와 금융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기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도 다음달 1일부터 대주주의 보유지분매각제한이 해제될 예정이어서 재매각 대상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을 놓고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빚어졌기 때문에 외환은행을 다시 매각할 때는 외국자본보다 국내자본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를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는 우리은행도 외국자본의 국내 은행산업 잠식을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외국자본에 지분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분석된다. ◇ 정부, 내.외국 자본 동등대우가 공식 입장 올 초 제일은행의 매각을 계기로 정치권이나 정부 내에서 외국 자본에 대한 견제와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 해소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 때 외국자본의 진출 확대에 따른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자본을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사모투자펀드(PEF) 활성화, 연.기금 등 국내자본 참여 방안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업을 매각할 때 국내 자본이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와 함께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헤르메스를 삼성물산 주가조작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도이치은행 서울지점과 BNP파리바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파생상품 관련 위법 행위로 기관경고하는 등 외국자본의 불법행위에 강력 대응했다. 아울러 국세청은 지난달 론스타, 칼라일 등 5개 외국계 펀드에 대해 2천148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달 1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여야의원들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한 과정을 둘러싸고 특혜의혹을제기하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아직 정부의 정책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는 않고 않다. LG카드 등 매각을 둘러싸고 외국 자본보다는 국내 자본이 인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부각되고는 있지만 개방 경제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외국 자본을 차별하는 정책을 공식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자본과 관련돼 현재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법률 개정은 조세피난처에이름뿐인 회사를 차려놓고 조세조약의 혜택을 보는 해외 펀드 등에 대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원천징수하겠다는 정도다. 그러나 이는 미국 등도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만큼 어찌 보면 그동안의미비점을 보완하려는 측면이 오히려 더 크다.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M&A 참여를 위해 출자총액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에대해서도 출총제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외국 기업을동등하게 대우하고 환영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책임과 권리는 법으로 보장하고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외국자본에 대해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심리적으로 굉장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전했다. ◇ "사안별 대응보다는 원칙을 중시해야"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외국자본 문제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원칙을 중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한국경제에 도움을 주는 자본을 우대할 필요가있다는 의견이다.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직후 위기상황에서 많은 기업들이 과도하게 외국자본으로 넘어간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경제는 개방경제를 지향하고 있고 우리 기업들도 외국에 가서 활동을 많이 하고 있기때문에 경제논리를 벗어난 국내 자본 우대는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자본이든 외국 자본이든 해당 기업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생시켜잘 운영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은행이나 카드사도 사전에 매각대상으로 어떤 자본이 적당한가에 대한 원칙을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부실금융기관을 매입해 외국자본보다더 잘 살릴 수 있는 국내 자본이 없다면 자본의 국적은 상관이 없다"면서 "물론 외국자본이 탈세 등 불법행위를 했다면 법에 따라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에 유입된 외국자본의 질에 문제가 있으며 중요 기업을 외국자본에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의 부연구위원은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한다"면서 "과거에 부작용이 많았던 것은 원칙 없이 단기차익을 위한 펀드에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을 매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은 주식투자 자금이거나 기업인수(M&A) 관련 자금"이라면서 "투자.고용.기술개발에 도움이 되는 신규투자형 외국자본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대 기업 지분의 상당수를 외국자본이 차지하면서 배당금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면서 "배당금이 기업으로 다시 유입되는 순기능이 단절됐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중요한 산업체를 해외에 매각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정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지분을 덩어리로 쪼개서 매각하려 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대로라면 출총제 등에 걸려있는 국내기업들보다는 외국자본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재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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