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통해 노리는 효과는 크게 네 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적한 기업 구조조정 촉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이행을 위한 자산매각 촉진, 중소·벤처기업 육성 등이다. 여기에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우리금융지주 매각 원활화의 목적도 숨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대표적인 방안이 대형화물 화주의 해운사 인수 허용이다. 현재 해운업계에는 STX팬오션 등 채권단의 자금지원으로 연명하는 해운사가 부지기수다. 세계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다수의 해운사가 경영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STX팬오션은 STX그룹 구조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데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구조조정에 애를 먹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자금이 풍족한 화주들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해운사 인수를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화주들이 해운사를 인수하더라도 제3자 물류 촉진이라는 정책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화물 운송비율은 30%로 제한된다. 구조조정 전문인 기업재무안정PEF의 투자대상을 구조조정 추진 중인 기업집단의 정상기업으로 확대해주는 것도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복안이다. 지금까지 기업재무안정PEF의 투자범위는 워크아웃·법정관리·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기업에 한정됐는데 정부는 자율협약 기업, 재무구조개선약정 그룹 소속 기업, 관리대상 계열 소속 기업 등으로 범위를 넓혀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구조조정 중인 기업집단 내에 부실기업과 우량기업이 공존할 경우 우량기업을 기업재무안정PEF에 팔아 기업집단 전체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동부그룹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PEF에 대한 규제완화는 구조조정과 중소·벤처기업 육성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전업그룹이 설립한 PEF나 전업계 PEF의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규제완화는 해외 PEF와의 차별을 없애 M&A 시장 진입을 원활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해당되는 금융전업그룹은 한국투자금융·교보생명·미래에셋 등이며 전업 PEF는 MBK·한앤컴퍼니·보고펀드 등이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인수전 참여를 노리는 교보생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책에 금융위원회 사전신고가 면제되는 보험사의 PEF 출자한도를 15%에서 30%로 상향 조정하고 금융기관이 무한책임사원(GP)으로 참여해 PEF에 투자할 경우 사전승인 없이 사후승인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한 금융사 인수를 노리는 PEF의 자금조달이 한층 쉬워지기 때문이다. PEF가 대주주인 기업의 상장 허용도 PEF에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PEF 소유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상장을 불허해왔으나 앞으로는 PEF 소유 기업도 일반 기업과 동일한 상장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M&A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상장법인의 합병가액 규제완화가 눈에 띈다. 지금까지 상장법인 합병시에는 합병가액이 기준시가의 ±10%로 제한돼왔으나 이 범위를 넓혀 합병 때도 별도의 현금조달 없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의미다.
합병가액 확대 범위는 아직 미정이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20~30%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설립요건 완화도 중소기업 M&A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현재 SPAC의 최소자기자본 규모를 10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낮춰주고 지정감사인 선임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20억~30억원 단위의 작은 중소·벤처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SPAC 설립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역삼각합병제도 도입, 간이영업양수도 도입, 벤처에 한정된 소규모·간이합병 특례 대상의 이노비즈 기업으로의 확대 등도 M&A제도 개선 방안에 포함됐다.
세제지원 방안으로는 구조조정 기업을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할 때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주식처분시까지 이연해주는 것이 주목된다. 이 역시 구조조정 기업의 매각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금이 없어 주식교환 방식으로 구조조정 기업을 인수하려는 투자자에게 양도차익을 바로 과세하는 것은 M&A를 하지 말라는 것과 동일한 얘기"라며 "주식처분시까지 과세를 이연하면 현금동원에 대한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혁신형 M&A 세제지원을 중소기업에서 이노비즈 기업으로 확대하고 M&A를 통해 과점주주가 되는 경우 피인수 기업의 보유 부동산에 취득세를 부과하는 간주취득세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와 자금회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의 대책에는 M&A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금융지원책이 다수 포함됐다. 우선 성장사다리펀드 내 중소·중견기업 M&A 지원펀드 규모가 3년 내 1조원으로 확대되며 정책금융기관과 채권은행·연기금 등이 공동 출자하는 기업정상화 촉진 PEF가 조성된다. 또 투자은행(IB)의 신용공여한도(자기자본 100%) 계산시 제외되는 M&A 관련 대출범위를 만기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 IB의 M&A 자금대출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지난해 40조원이었던 국내 M&A 시장규모가 2017년에는 7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