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예측, 동전던지기와 같다"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든 투자 아이디어- 피터 L. 번스타인 지음, 이손 펴냄시세변동 규명 적극나선 학자들 열전투자이론 형성 과정 등 생생하게 담아 권홍우ㆍ편집위원 ‘주가를 예측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새책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투자 아이디어’의 첫 장에 딸린 부제다. 책의 제목만 보면 무엇인가 신묘한 투자기법이 담겨 있는 것 같은데 내용은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을 다룬 것은 분명하지만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족집게식 투자안내서’와는 거리가 먼 책이다. 대신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투자상식과 통념의 근원이 담겨 있다. 주식투자이론이 형성ㆍ발전되어온 궤적이 치밀하고 생생하게 그려진 책이다. 첫 장 뿐 아니라 곳곳에 주가 예측의 어려움과 불가측성이 반복된다. ‘미래의 주가흐름을 파악하기란 오랑우탄이 던진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나올 결과 예측과 비슷하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책은 ‘증권시세 변동을 설명하는 공식을 규명하겠다’는 학자들의 열전이다.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탓에 평가를 받지 못했던 프랑스의 천재 바슐리에부터 다우존스지수를 개발한 찰스 다우, 포트폴리오 이론을 처음 제시한 마코위츠, 폴 사뮤엘슨, 가치투자론을 제시해 증권분석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레이엄, 옵션의 비밀을 푼 블랙-슐츠모델을 제시한 마이런 슐츠, 포트폴리오보험전략론의 리랜드와 루빈스타인, 그리고 워렌 비펫까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거나 그에 버금가는 업적을 남긴 학자 30여명의 투자이론과 학맥이 소개된다. 경제학설사에 가깝다. 이 책이 투자기법 학습서는 아니지만 수많은 투자이론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학을 공부할 때 경제사와 학설사를 먼저 읽으면 이해가 빨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책이 지니는 또 다른 매력은 저자에게 있다. 국내에도 소개된 ‘신을 거역한 사람들’(국내 번역판 제목은 ‘리스크’), ‘황금의 지배’를 지은 피터 L. 번스타인은 특유의 방대한 자료를 간결하게 풀어나가는 필체로 유명한 경제학자 겸 투자자문가. 책에 등장하는 학자들과의 오랜 교류와 직접 인터뷰로 출간된 저술이기에 내용이 깊다. 원판이 뛰어난 데다 한겨레신문 경제부에서 금융과 주식시장을 담당하다 온라인 매체인 이데일리 국제팀장으로 일하는 강남규 기자가 맡은 번역도 매끄럽다. 주로 소개되는 학자 30명 이외도 논문지도교수와 동료학자 들과의 에피소드도 곁들여져 학맥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는 덤도 누릴 수 있다. 컴퓨터의 진보와 투자이론의 발전 과정을 비교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투자공학 전공자는 물론 경제ㆍ경영학도, 투자분석가, 욕심이 있는 투자자들의 필독서다. 한 가지 미흡한 점은 최신 데이터의 결여. 인용된 자료의 대부분이 1990년 이전이다. 원서(원제 Capital Ideas: The Improbable Origins of Modern Wall Street) 의 출판(1995년)과 번역서 출간의 시차 탓이지만 책을 옮기는 과정의 수고가 아쉬운 대목이다. 값 1만8,000원, 495쪽. 입력시간 : 2006/08/04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