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돌발적인 사건이긴 하지만 현지 정서에 맞는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8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미연합회를 세우고 초대 회장을 역임했던 정동수(사진) KOTRA 인베스트코리아 단장은 버지니아공대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면 정부가 아닌 민간이나 기업 차원에서 현지 정서를 감안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정 단장이 한미연합회와 미래재단, 남가주한인학생회 등 미주 한인단체를 주축으로 사건 발생 직후 기금모금활동에 착수한 것도 이 같은 판단에서다. 그는 “이번 사건이 한미 국가간의 관계나 기업간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 단장은 특히 미국 교민들도 인종차별이나 국산품 불매운동 등 현지 정서의 악화를 우려하고 교민들의 안전을 감안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버지니아공대 희생사 추모기금은 범인이 밝혀진 지 단 몇시간 만에 한인단체들이 신속히 협의해 마련하게 됐다”며 “이러한 노력이 현지에서 총격사건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사건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CNN 등 현지 방송에서 ‘범인은 한국 이민자’라는 자막이 나오며 현지 비즈니스가 다소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 단장은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 비자면제가 이번 사건으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비자면제는 미국 의회에서 승인해야하는 문제이므로 이번 사건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합리적으로 처리되길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미국 국적의 정 단장은 하버드대 사회학과와 UCLA 법학박사 출신으로 지난 2000~2001년 미 상무성 국제무역청의 전략수출지원실장과 부차관보를 역임한 ‘미국통’이다. 한편 버지니아공대 희생자 추모기금을 마련하는 데 중심이 된 한미연합회는 지난 83년 L.A에서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현재 워싱턴D.C, 하와이, 앨라스카 등 미국 전역에 20개 지부를 두고 있다. 또 미래재단은 87년 프린스턴대학에서 한인학생을 중심으로 설립된 재단으로 한인대학생을 위한 멘도쉽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