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공격자에 한없이 유리한 M&A 제도 개선을"

상장사·코스닥협 '공정한 경영권 경쟁 환경조성' 호소

지배구조 모범기업도 공격 대상

외국계 헤지펀드에 맞설 수 있는 '포인즌필' 등 방어 수단 마련해

소액주주 피해·국부 유출 막아야

정구용(왼쪽 네번째) 한국상장사협의회 회장과 관계자들이 15일 한국거래소에서 '공정한 경영권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상장사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협의회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기 위해 신주인수선택권·차등의결권주식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투기성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할 수 있도록 신주인수선택권제도(포이즌필), 차등의결권주식제도 등을 도입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또 M&A 제도가 공격자에게는 한없이 유리하고 방어자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돼 있는 만큼 예외적인 경우에는 상호출자나 신규 순환출자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5일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정한 경영권 경쟁 환경조성을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또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공정 경영권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개선 의견서'와 법률개정안을 국회와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며 관련 법률의 개정을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오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임시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외국계 헤지펀드 등에 맞설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상장사들의 주장이다.


정구용 상장사협의회 회장은 "지난 2003년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격을 시작으로 KT&G에 대한 칼 아이컨의 공격 등 국내 기업에 대한 투기성 헤지펀드의 공격이 계속돼왔고 현재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그룹마저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국내 상장사 가운데 최대주주의 지분이 30% 미만이고 외국인 지분의 10% 이상인 기업은 7.36%로 144곳에 달한다"며 "이 기업들은 언제든지 적대적 M&A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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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들은 국내 M&A 관련 법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이후 '외국인의 국내 기업 주식 취득한도 폐지' '의무공개매수제도 폐지' 등 경영권 공격자에 대한 규제는 모두 폐지해온 반면 '상호출자제한제도' '계열금융회사의 의결권 제한제도' 등을 신설해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기업들에 불리한 쪽으로 바뀌어 왔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적대적 M&A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2006년 아이컨의 공격을 받았던 KT&G는 2003년부터 매년 기업 지배구조 모범기업상을 받은 기업"이라며 "투기성 헤지펀드는 기업 지배구조의 건전성 여부를 불문하고 '먹을 것이 있는 모든 곳'을 공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부 유출은 물론 소액주주들에게도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에서 헤지펀드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투기성 헤지펀드는 단기간에 이익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과도한 구조조정 요구, 유상감자나 비정상적인 고배당을 요구하는 등 기업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소액주주의 피해와 거액의 국부 유출이라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 SK와 KT&G의 경우 수천억원의 국부 유출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보유주식의 현물배당 등을 요구하며 삼성물산은 물론 삼성그룹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저평가된 삼성물산의 주식이 엘리엇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가치가 매우 투기적이고 불확실한 제일모직의 주식과 억지로 교환되는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를 바란다"며 합병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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