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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지구에 대출 받아 아파트 산 사람들, 이자 내면서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팔려야 빚을 줄일 텐데 5ㆍ10 부동산대책 이후에는 문의도 뚝 끊겼습니다." "그렇게 잘나가던 관악구 내 원룸 임대도 이제는 빈방이 많아요. 월세 받아서 생계 꾸리는 집주인들도 어려워졌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학생들도 움직이지를 않아요"
지난 7일 저녁 서울 서초동의 한 식당.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서울시내 부동산 공인중개사 6명과 마주 앉았다. 부동산거래 현황 파악과 업계 건의사항을 듣기 위해 권 장관이 직접 마련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일선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동산경기 침체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허심탄회하게 오갔다.
대부분 공인중개사들은 5ㆍ10 부동산대책 이후에도 부동산거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현진 대치부동산랜드 대표는 "부동산경기는 강남에서 시작되는데 강남 집값이 대책 발표 이후 더 떨어졌다"며 "예전에는 기대심리라는 게 있었는데 이제는 포기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연초보다 거래가 약간 많아졌지만 아파트는 지난해의 50% 정도밖에 안 된다"며 "경기가 좋지 않았던 지난해보다 심하다"고 말했다.
내수 침체와 부동산경기가 엮이면서 서민경기가 더 안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오갔다. 권 장관은 부동산경기 침체가 다른 분야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거래가 잘돼야지 서민경제가 잘된다. 이삿짐센터, 청소용역, 미장원, 짜장면집, 가전제품 판매에까지 부동산경기가 영향을 미치는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주택 임대료는 떨어지고 있지만 상가 임대료는 오히려 올라 자영업자들의 형편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봉천동 까치공인의 안한영 사장은 "구직이 안 되다 보니 창업을 많이 하는데 임차인이 바뀌면 주인이 계속 임대료를 올린다"고 말했다.
중개업자들은 거래세 인하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을 한목소리로 건의했다. 지방세수 감소를 이유로 권 장관이 거래세 완화에 난색을 보이자 한 중개업자는 "지금은 거래가 실종돼서 (부동산경기가) 고사 직전"이라며 "저항이 있는 줄 알지만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