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널리 홍보된 것처럼 주요20개국(G20) 국회의장회의가 열린다. 그런데 다음주 또 하나의 행사가 치러진다. 24일 COEX에서 '세계피부과학회(World Congress of Dermatology)'가 개최된다.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덜 알려졌지만 이는 대한민국 120년 근대 의료사에 있어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이다. 총 6일간 320개의 학술심포지엄이 열리고 강연자만 1200여명에 달한다. 총 120여개국 약 2만명의 피부과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명실공히 피부과의 세계 최대 행사다. 각국의 유치전도 치열했다. 이런 행사가 우리 앞마당에서 열린다니, 필자는 피부과 전문의로서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세계피부과학회는 최대 행사답게 '피부올림픽'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역사도 깊다. 1889년 파리의 1차 대회를 시작으로 5년마다 총 21회가 개최됐다. 122년의 역사를 자랑하니 실제 근대올림픽보다도 오래됐다. 명성에 걸맞게 세계적 연사들이 초청된다. 2008년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하랄트 추어하우젠(Harald Zur Hausen) 박사를 비롯해 세계적 의사나 석학 등이 참석한다. 주요 발표 내용으로는 줄기세포의 이용 및 유전자 치료, 피부노화의 병인, 예방 및 치료, 피부미용을 위한 레이저를 비롯한 각종 치료법 등이 있다. 필자 또한 그동안 연구해오던 '줄기세포를 이용한 항노화 치료'에 대해 발표 예정으로 있어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행사는 경제적으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학회가 열리는 곳 주변의 호텔은 이미 동이 났고 웬만한 레스토랑도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여기에 2만여명의 고용 창출과 2000억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있으리라 추산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자칫 이 피부올림픽이 '피부 전문가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아직도 이 행사는 의사나 그 관계자들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고 당국의 홍보지원도 없다. 국제행사는 여러 효과를 가져온다. 먼저, 국가 홍보와 그에 따라 신뢰도가 상승된다. 해외자본 투자유치 등과 같은 직접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행사를 계기로 시작된 관광객 유치와 부대 산업의 발전도 빼놓을 수 없다. 멀리 찾을 것도 없이 우리의 서울올림픽이 좋은 예일 것이다. 이를 통해 조용한 동방의 개도국은 세계의 대한민국으로 도약했다. 피부올림픽이 열리는 이 시점에 보다 정책적 지원과 준비가 따라야 할 것이다. 의료는 헬스케어 산업에 있어 비타민과 같은 존재다. 특히 피부과는 레이저 등의 의료기기ㆍ화장품ㆍ생명공학산업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세계적으로 피부과의 미용과 항노화에 대한 치료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우리의 의료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의료는 미래시장을 열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보다 애정이 어린 국민적 관심과 치밀한 산업적 지원이 따른다면 피부올림픽은 우리 모두의 잔치로 확대돼 우리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