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경쟁·폭력 난무… 그리스 신화는 반교양적"

■ 그리스 귀신 죽이기 (박홍규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서양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중에 그리스 로마신화가 있다. 성인용은 물론 청소년용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버전이 출간돼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그리스로마신화'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400여건의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노동법을 전공한 법학자로 인문과 예술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견해를 피력해 온 박홍규 영남대 교수는 그리스 신화의 유해성을 말한다. "경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그리스 신화는 반인간적이고 반민주적이고 반평화적인 권력투쟁 신화로 변조돼 민족과 계급과 성별 간의 투쟁ㆍ갈등ㆍ차별을 낳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시절에 읽으면 경쟁적이고 폭력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반교양의 전형으로 보는 이유다." 저자는 신과 영웅이 주체가 되고 괴물이 객체가 돼 폭력을 통한 정복 그리고 차별과 지배가 연속되는 그리스 신화의 본질을 파격적인 시각으로 조명한다. 신이나 영웅은 주로 남성인 경우가 많고 세상을 지배하는 인물들로 침략과 지배, 전쟁과 정복, 약탈과 해적 행위가 신화로 미화된다. 반대로 객체에는 괴물과 여성이 등장한다. 남성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판도라는 저주의 여신으로 등장하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아버지의 생식기를 자르자 바다에서 거품이 일고 그 속에서 태어난다는 다소 잔인한 이야기가 출생배경이다. 그리스신화의 주체는 '지배민족=그리스=서양=문명=미와 선=정상' 이라는 도식화가 가능해 서양우월주의를 부추기게 하고 객체는 반대로 자연스럽게 추악하고 야만적으로 타도 대상이라는 결론으로 이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그리스신화가 내포하고 있는 어두운 단면을 끄집어내 분석하고 비판을 넘어 폭력주의ㆍ전제주의ㆍ제국주의ㆍ팽창주의ㆍ군사주의 등 서양중심 사고로 인해 빚어진 21세기 글로벌 문제의 근원이 그리스 신화에 있음을 지적한다. "신자유주의나 세계화라고 하는 현대 세계의 겨쟁과 폭력이 아닌 화합과 평화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 민족과 계급과 성별 간의 투쟁만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리스 신화 혹은 그리스 귀신을 추방해야 한다." 사족하나. 저자의 견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통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좀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읽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은 다행이다.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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