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미국 뿐 아니라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주변국들의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엔화 가치는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미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약 20% 하락했고 지난 11월 이후 4% 정도 떨어졌다. 102.78달러로 올해 거래를 시작한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 9일 120.66엔을 기록하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의 제로 금리 포기 움직임은 글로벌 외환시장의 레이더에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여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5년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외환시장의 매물은 엔화로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하락세를 마감하고 기업들의 투자도 살아나면서 과거 10여년간 지속됐던 디플레이션 악몽의 ‘끝’이 보이긴 하지만, 일본 내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비롯해 최근 출범한 3기 내각이 금리 인상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점은 일본의 제로 금리 정책 포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와 외환시장이 따로 놀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일본 경제 회복으로 외국인들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0조엔의 자금을 일본 증시에 쏟아 붓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엔화 약세에 따른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 매입 규모 이상의 엔화 자금을 외환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관심은 이러한 움직임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 하는가다. 이와 관련 이번 주는 외환시장 딜러들에게는 바쁜 한 주가 될 것이다. 오는 14일(이하 한국시간)로 예정돼 있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신중한 속도’의 금리 인상 문구가 사라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16일 일본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 위원회에서 후쿠이 도시히코 총재의 발언도 주목된다. 그는 지난 9일 “긴축에 대한 정부의 반대가 있지만 중앙은행은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씨티그룹 글로벌 마켓의 애널리스트인 클리포드 탠은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반면 일본의 금리 인상은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며 “최근 달러 대비 엔화 약세 폭이 작아지고 있는 점은 시장이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