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銀 예금시장 과점가속총수신증가액 은행권 전체의 60% 육박
2차 은행구조조정과 예금자보호제도 축소를 앞두고 국민·주택 등 소수 우량은행에만 돈이 몰려 예금시장이 사실상 과점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올들어 국민·주택은행의 총수신 증가액은 각각 7조원을 넘어 총 15조원에 육박, 이를 기준으로 본 신규 수신 점유율도 이미 60%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두 은행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외형을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결국 수신 1위 국민은행의 독주를 주택은행이 추격하는 구도 속에 나머지 은행들이 들러리를 서게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두 시중은행이 은행 수신 판도 좌우=지난 주말 현재 국민은행의 총수신은 65조2,924억원, 주택은행의 총수신은 49조3,180억원에 달한다. 올들어 각각 7조2,000억원·7조7,000억원씩의 수신 증가액을 기록하고 있다. 특수 은행을 포함해 나머지 은행들의 총수신 증가액을 모두 합쳐도 두 은행의 수신 증가액을 넘지 못한다. 지난 5월 말까지 영업실적을 평균 잔액으로 환산해보면 두 은행의 총수신 증가액이 은행권 전체의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정확하게 신규 수신 점유율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될 수 있다. 결국 두 은행이 은행권의 수신 판도를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국민은행은 부동의 수신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2위권의 농협·한빛은행 등에 12조~13조원 가량 앞서 있으며 그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주택은행은 올들어 수신 증가율이 18%에 달한다. 중견 우량은행인 신한·하나·한미은행의 수신 증가율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속도라면 연내 주택은행은 농협과 한빛은행을 추월해 국민은행과 선두다툼을 벌일 유일한 2위 주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민·주택은행이 올들어 압도적인 외형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배경은 상대적으로 신탁 부문의 자금이탈이 적은 데도 원인이 있다. 일례로 한빛은행은 예금이 4조원대 늘었지만 신탁 역시 4조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결과적으로 빠져나간 만큼 예금으로 묶어놓은 정도에 그친 셈이다.
◇대조적인 영업전략=국민·주택은행은 소매금융에 주력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올들어 영업전략은 대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저코스트 예금 기반을 바탕으로 충분히 이익을 내는 안정적인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주택은행은 시장 여건에 따라 발빠르게 금리를 조정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이다.
주택은행은 1·4분기까지 주력상품인 특판정기예금 금리를 8.3%까지 지급해 예금을 끌어들였지만 이후 시장 여건이 변화자 급격히 금리를 내려 최근 7.8%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은행은 5월까지 8.0~8.1%의 이자를 주다가 이달 들어서야 7.9%로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국민은행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리운용을 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고객 기반이 넓고 저코스트 예금이 많기 때문. 실제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지난 4월 현재 예대마진은 국민은행이 약 3.2%선, 주택은행이 2.9%선으로 0.3%포인트 차이가 난다.
◇청약예금 시장서도 격돌=청약예금 취급제한이 풀리면서 이 시장에서 주택은행의 「주적 1호」는 한빛은행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민은행의 공세가 더욱 위협적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주말 청약상품 수신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시판 초기에는 별 신경을 안썼지만 요즘은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추세라면 이번주 중 한빛은행을 앞설 전망이다. 결국 청약예금마저 국민-주택은행의 경합구도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6/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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