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으로 각광받던 브릭스(BRICs)증시가 맥을 추지 못하면서 자국민들조차 외면하며 자금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유럽ㆍ일본증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으며 자금을 빨아들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007년의 전고점을 뛰어넘으며 14일 사상 최고치인 1만4,539.14를 나타낸 반면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등 브릭스 국가의 통합 주가지수인 MSCI브릭지수는 2007년 기록한 최고점보다 여전히 37% 낮은 상태다.
이에 따라 저조한 투자수익에 실망한 현지 투자자들은 자국증시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 인도의 경우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 2월까지 9개월 연속 자금이 유출되면서 1,350억루피(25억달러)가 빠져나갔다. 2010년 하반기 인도 센섹스지수의 시가총액 28%가 사라진 후 약 2년 만의 최대 규모다.
브라질증시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하며 보베스파 증권거래소의 개인 거래비중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0년 26.4%에서 2012년 17.9%, 8일에는 16.6%까지 추락하며 1999년 이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러시아 주식시장도 1996년 이후 최장 자금이탈 러시를 기록하고 있다. 뮤추얼펀드에서 16개월 연속 자금이 순유출되면서 이 기간 129억루블(4억1,800만달러)이 빠져나갔다.
중국에서는 지난 12개월간 230만개(4%)의 증권계좌가 폐쇄됐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09년 말 이후 31% 하락하면서 브릭스 국가 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경제성장 둔화와 정부의 잇단 시장개입에 대한 우려감도 투자자들이 브릭스증시를 떠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는 10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정부 관측이 나올 정도로 경제둔화가 심각하다. 지난달 인도 통계청은 이달 말로 종료되는 이번 회계연도에 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정부가 석유산업 등에 개입함에 따라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가총액 상위기업인 페트로브라스(브라질), OAO(러시아) 등의 주가가 급락, 증시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브릭스 주식이 싸다는 측면에서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MSCI브릭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9.2배로 MSCI전세계지수의 PER 13배보다 30% 낮다는 점을 볼 때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코메르츠방크의 글로벌주식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딕슨은 "낮은 밸류에이션인 브릭스 국가들의 주식이 랠리를 벌일 여건이 무르익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