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이 중국을 제외한 홍콩ㆍ싱가포르ㆍ캐나다 등지에서 `정점`을 지나 점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28일 밝혔다. WHO는 그러나 중국의 경우 사스가 여전히 확산 추세에 있어 사스의 전 세계적 확산이 수그러들었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들은 29일 방콕에서 사스 대책 정상회담을 열고 여행객들에 대한 검역을 의무화하고 사스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등 사스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한편 사스로 인한 전 세계적 경제 손실이 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사스에 대한 과민반응이 세계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스 확산 꼭지점 찍었나= 베트남은 28일 가장 먼저 전염국 리스트에서 벗어나면서 WHO의 여행자제 권고국으로부터 해제됐다. 지난 2월 이후 사스 환자가 63명 발생해 그 중 5명이 사망한 베트남은 지난 8일부터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홍콩과 중국의 남부지역에서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사스 바이러스가 퇴조 국면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루 최대 80명을 기록했던 홍콩의 사스환자 발생 건수는 지난 16일부터 30명대로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 28일에는 일일 통계를 낸 이래 최저치인 14명으로 줄었다. 싱가포르 역시 이날 사스 환자 1명이 추가로 숨져 사망자가 22명으로 늘어나기는 했으나, 캐나다 등과 함께 사스 발생이 감소 추세로 접어들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사스 확산 지속= 중국에서는 29일 하루동안 9명이 숨져 사망자수가 모두 148명으로 증가하고 감염자 수도 3,303명으로 집계되는 등 사스 확산 추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사스로 격리조치 중인 주민수도 1만여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데이비드 헤이먼 WHO 전염병국장은 “중국은 여전히 정점에 도달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내 사스가 계속 확산되면서 이에 따른 혼란도 극에 달하고 있다. 일부 지방 정부는 베이징에서 들어오는 도로 교통을 봉쇄하는 극단적 방역책을 강행, 중앙 정부가 이를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또 톈진 북서쪽 소도시인 차구강 주민 수천명은 현지의 한 중학교가 사스 격리병동으로 지정된 데 반발, 지난 27일 밤 학교를 점거하고 집기를 불태우는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스 과민반응 경제에 악영향= 사스 전문가들은 사스에 대한 과장된 공포가 경제에 불필요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이날 경고했다. 헤이먼 박사는 “사스가 항공기 속에서 공기 중으로 전파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면서 “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항공여행을 피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