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등 미국 언론은 29일(이하 현지시간) 오후부터 사람들이 서서히 볼티모어 시내로 모여들어 대규모 항의시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티모어에서는 기차역에 모인 수천명의 시위대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쓰인 손팻말 등을 들고 시청을 향해 행진했다. 시위대는 특히 경찰의 조사 결과 비공개 방침에 반발하며 조속히 사건 전모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대규모 폭동사태는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25)가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그레이는 지난 12일 볼티모어에서 범죄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던 중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심한 척추 손상으로 일주일 뒤인 19일 사망하자 볼티모어를 중심으로 경찰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폭동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다른 지역에서도 동조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사법정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보스턴에서도 소규모 시위가 이어졌으며 시카고에서는 전날인 28일 밤 시카고 경찰청 앞에 400여명의 시민이 모여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과잉진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미 전역으로 퍼지는 가운데 미국 경찰이 또다시 비무장 10대를 총격 살해한 사건이 밝혀졌다. 이날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검찰청은 롱비치시 경찰국 소속 경찰관이 헥토르 모레흔(19)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경찰 총격사건은 23일 오후 경찰이 가택침입과 기물파괴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발생한 것으로 롱비치 경찰은 "모레흔이 경찰관에게 몸을 돌린 뒤 무릎을 굽혀 총을 겨누는 듯한 행동을 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주장과 달리 사건 현장에서 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모레흔은 경찰의 총격을 받은 뒤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출혈 등으로 숨졌다. 모레흔 측 변호사인 소니아 메르카도는 "경찰은 지금껏 피해자 측에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며 모레흔에게 몇 차례 총을 쐈는지도 함구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