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이 리비아를 지원하는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강구하기로 함에 따라 리비아 현장 공사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리비아 과도정부가 지난 9월 말 현지 진출 국내 건설업체들에 개별적으로“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적극 협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재건사업 과정에서 생각보다 큰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리비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리비아 지원 협력’ 소식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내전으로 멈췄던 리비아 공사 현장의 조속한 재개뿐 아니라 향후 전후 복구사업의 대규모 수주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업계는 양국 정상이 리비아 재건을 위한 협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과거 당초 업계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던 이라크 재건사업과 달리 대규모 공사 수주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비아 재건 협력이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가 됐던 만큼 구체적인 동반 진출이 가시화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업계는 현재 리비아 건설시장에 진출, 연고권을 가진 업체들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리비아 진출 국내 건설회사는 21곳, 공사잔액은 74억달러 수준이다. 업체별 공사잔액은 대형 건설업체 중에는 현대건설이 15억2,430만달러, 대우건설이 8억6,080만달러다. ㈜신한(16억1,780만달러), 원건설(11억1,350만달러), 한일건설(7억9,180만달러) 등 중견 건설회사들도 상당한 금액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리비아 진출 국내 건설업체들은 이미 직원을 현지에 수차례 파견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거나 아예 리비아 공사 현장에 상주시키는 등 공사 재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내전 중 리비아 벵가지에 머물렀던 병원 현장직원들 외에 트리폴리 지사에 직원들을 다시 파견했다. 현대엠코는 직원들이 리비아에 들러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지난 달 말 귀국했다. 신한은 국내 건설업계 중 최초로 리비아 과도정부의 비자승인을 받아 20여명이 리비아에 입국해 자위야 등 4개 주택 건설 현장에서 공사를 재개한 상태다. 한일건설도 리비아에 직원 3~4명을 보내 공사재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다.
리비아 과도정부 역시 국내 업체들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과도정부는 지난달 리비아 진출 국내 업체들에 ‘재건사업 적극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엠코의 한 관계자는 “9월 말 리비아 과도정부가 국내 건설업체들과의 미팅을 통해 학교ㆍ병원ㆍ도로 등 시급한 SOC 건설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오면 전후 복구작업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리비아 과도정부가 벵가지 쪽에 오래 있었고 (대우건설이) 처음 진출한 지역이 벵가지 쪽이라 인맥이 잘 돼 있다”며 “과도정부 인사들과 네트워크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과도정부가 아닌 ‘신정부’가 구성되고 사회가 보다 안정돼 도로 등 인프라가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되기 전에 ‘대규모 수주’를 예상하는 것은 ‘앞서 나가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리비아에서 그동안 보여온 성과 등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재건사업 협력 강화는 분명 ‘긍정적인 뉴스임이 틀림없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강신영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아직 리비아 상황이 완벽하게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도 “30여년 가까이 축적해온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업계에는 시장확대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