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페이스북의 '사용자 vs 사람'


페이스북코리아 사무실에는 큼지막한 구호가 하나 붙어 있다. 'USER(사용자)가 아니라 PEOPLE(사람)'이라는 슬로건이다. 돈을 벌어주는 '유저' 말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피플'이 먼저라는 의미다. 페이스북 본사에도 이 문구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페이스북 행보를 보면 '말 따로 행동 따로'다.

지난 7월 말 페이스북은 모바일 페이스북 내 채팅기능을 폐쇄했다. 사람들이 채팅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내려받은 사용자가 돼야 한다. 사람들을 유저로 만들었다.


외신도 비판하고 사람들도 전세계 애플리케이션 장터 리뷰를 통해 불만을 토해내지만 페이스북의 입장은 확고하다. 페이스북 친구와 얘기하려면 메신저를 내려받은 유저가 되도록 강요한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사람을 포기해도 정보기술(IT) 산업의 금맥인 모바일 메신저는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메신저만 장악하면 금융·게임·운송 등 다양한 분야로 손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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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강경책은 사람들의 반발에도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한국·일본·북미·유럽 모든 시장에서 페이스북 메신저 내려받기 순위는 폭등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는 다운로드 순위가 30~40위권 밖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는 전통의 강자 '라인'을 따돌리면서 십수일째 1위 자리를 지켰다.

페이스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등급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에 대해 일괄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충분한 예고도 없었다. 등급심의를 담당하는 당국마저도 당황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 당황했다.

지금까지는 페이스북의 완승이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안드로이드 앱 장터에서 내려받기 5억건을 돌파했다. 구글 계열 앱을 제외하면 두 번째다. 왓츠앱과 라인의 4억~6억명의 가입자에 바짝 따라붙었다.

페이스북의 게임 서비스 중단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이 아닌 문화체육관광부로 페이스북 게임 차단에 대한 항의가 엄청나게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게임은 페이스북이 차단했지만 비난은 정부기관의 몫이 된 셈이다.

이제 페이스북은 'PEOPLE이 아닌 USER, USER, USER'로 슬로건을 바꿀 때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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