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작부터 여야가 이를 두고 다툴 게 없다고 주장해왔다.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예산안에 자신의 국정철학을 반영시키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며 사업별로 기대효과가 큰 사업도 있는데다 야당 또한 국정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다행스럽다. '창조'라는 표현이 포함된 예산이면 감축하겠다던 민주당은 '일자리와 관련된 예산'이라는 명분으로 양보했다고 한다. 남은 예산안 처리도 같은 시각을 유지한다면 보다 생산성 있는 예산안 심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모처럼 만의 여야 합의 분위기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청와대도 일부 통과되지 않거나 잘려나갈 예산에 미련 두지 말고 국회의 합의를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큰 뼈대만 합의됐을 뿐 새마을운동 관련 사업과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과 관련한 예산은 추가 논의사항으로 미뤄놓았는데 여야는 물론 청와대가 서로 한발씩 물러나는 자세가 중요하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가뜩이나 사회분열상이 드러난 마당에 정치권이라도 더 이상의 파쟁음을 내지 말아야 함을 명심해야 할 때다.
예산안 감액심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인 국회는 26일부터 본격화할 증액심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쪽지예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지역구만을 위하는 불요불급한 예산 증액은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다. 대통령과 관련된 예산은 오랫동안 씨름하며 삭감한 의원들이 정작 개개인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달린 예산을 증액할 경우 여론의 역풍에 휘말릴 게 뻔하다. 국민들은 어느 당의 어느 의원이 예산안을 어지럽히는지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