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아라파트 사후의 과제

파이낸셜타임스 11일자

야세르 아라파트의 죽음과 함께 중동은 한 시대의 종말을 맞고 있다. 그의 퇴장은 중동 긴장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갈등을 해결하는 시도에 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아라파트는 위대한 인물이었지만 동시에 많은 단점을 갖고 있었다. 그의 많은 장점들은 그에 대한 반대자들 뿐 아니라 지지자들도 격분시켰던 단점에 의해 희석됐다. 그는 가말 압델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이 범아랍 민족주의의 꿈을 가시화했던 것처럼 고국을 되찾기 위한 팔레스타인들의 꿈을 구체화했다.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아마 중국 국가들의 보호 아래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조직했고 그것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기구로 만들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단점도 적지않다. 현재 많은 아랍 지도자들처럼 그는 전략가이기보다는 모사가였다. 지난 93년 오슬로 협정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한 후 팔레스타인이라는 그 신성한 땅을 공유할 수 있는 역사적 타협의 기회가 있었다. 물론 이후 벌어진 라빈 이스라엘 총리의 암살을 아라파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또 당시 서안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로 촉발된 팔레스타인들의 분노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94년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온 직후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잡는 데 실패한 것은 분명 그의 잘못이다. 당시 상황은 정치인을 요구했지만 아라파트는 은밀한 혁명적 지도자라는 그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2000년 캠프 데이비드 협상에 대해 아라파트가 이를 거부했고 전장(戰場)으로 되돌아갔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견해는 이기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아라파트 역시 폭력에 대해 모호하게 행동했고 우유부단한 행동을 보였다. 팔레스타인은 이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그들의 첫번째 과제는 그들의 사회를 쇄신하고 제도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아라파트 이후 일시적인 권력 분할에 대해 지금 논의되고 있지만 이러한 논의는 조속히 PLO 내에서의 선거와 팔레스타인 의회의 구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팔레스타인의 쇄신 활동이 지속되는 동안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서안 지구 내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를 중지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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