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기업은행 간부 직원들은 최근 몸조심이 한창이다. 기업은행 노조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처음으로 지점장급 이상 간부진을 대상으로 한 ‘상사평가’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약 6,800명의 노조원이 ‘평가자’로 나섰고 평가방법은 경영진의 눈을 피할 수 있도록 전자우편을 이용했다. 평가내용에는 간부들의 업무능력과 조직친화도 등 여러가지 민감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또 상사에 대한 불만 사항을 자세히 적을 수 있는 서술 항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졸지에 직원들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 지점장급 이상 간부 직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평가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다음 인사에서 노조가 이 자료를 토대로 간부직원에 대한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지점장은 “인사부에서 내부적으로 실시하는 상사평가보다 노조에서 실시하는 이번 평가가 더 신경 쓰인다”며 “자칫하면 외부로 유출돼 공개적인 망신을 당할 수 있고 인사상의 불이익도 받을 수 있는 만큼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노조측은 “이번 조사는 조직 내부의 잘못된 점을 고치자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인사에 영향을 미칠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