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증시는 대한민국 시장운영기관의 강력한 무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난 6일 한국거래소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 5곳에 하이닉스 인수 여부를 묻는 조회공시 요구를 했다. 거래소의 요구 6시간 만에 지난달 21일부터 하이닉스의 유력 인수자로 언론과 증시전문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던 LGㆍSKㆍSTXㆍ동부ㆍ효성그룹은 일제히 입장을 밝혔다. 며칠간 이어지던 혼란을 단 몇 시간 만에 풀어낸 셈이다.
일부 기업들은 영업비밀이 노출됐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하이닉스 진실게임'이 이제 막 조정을 끝내고 날아오르려는 우리 증시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소의 조회공시는 분명 잘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보도에 따른 수동적 대응이 아닌 적극적ㆍ선제적 대응이었다는 점에서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회공시 강화를 여러 번 천명한 바 있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의 풍문ㆍ보도로 인한 조회공시 건수는 올 들어 6일까지 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건보다 절반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유가증권에서와 달리 코스닥시장에서는 이런 개가를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유가증권시장보다 더 루머와 풍문이 판치는 시장임에도 코스닥시장의 올 들어 6일까지 풍문ㆍ보도 조회공시 요구는 82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상반기만 해도 각종 대선주자 테마주, 줄기세포주, 평창올림픽 수혜주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만큼 많았던 루머 속에서 코스닥시장 투자자들이 어지럼증에 시달렸는데도 말이다.
1973년 7월 우리 증시에 도입된 조회공시 제도는 정보의 불균형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보도ㆍ풍문에 대한 조회공시의 경우 한나절 만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올 3월부터는 조회공시 사후심사도 강화됐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한번에 진실을 말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지만 투자자들로서는 공정한 정보를 얻게 될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이런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뿐만 아니라 코스닥에서도 멋지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