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장기간 이어진 이번 철도파업은 수서발 KTX의 민영화 논란에서 촉발됐다. 정부는 누적되는 철도공사 부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자회사를 만들어 수서 노선 운영을 맡기고 이를 통해 운영 노하우를 쌓아 중국이나 러시아 등 현지시장에 진출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노조는 민영화 수순이라고 우기면서 시민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파업이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지난 9일 오전9시 철도노조는 10월부터 이어진 노사 임금교섭이 실패하고 수서발 KTX에 대한 민영화 논란이 커지자 총파업을 선언했다. 코레일은 김명환 노조위원장 등 194명을 고소·고발하고 파업참여자 4,213명 전원을 직위 해제하는 초강수로 맞대응했다. 급기야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철도파업은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는 명분 없는 일"이라고 원칙 대응 입장을 강조하면서 철도 노조에 대한 정부의 대응 강도는 한 단계 더 강경해졌다.
22일 정부는 철도노조 집행부가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노총에 처음으로 공권력을 투입했으나 검거에는 실패했다.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이 조계사에 은신한 가운데 코레일은 26일 대체인력 660명에 대한 채용공고를 내고 교섭을 재개했다. 파업은 27일을 기점으로 2차 고비를 맞는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날 "자정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중징계하겠다"며 최후 통첩하고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 법인에 운송사업면허를 발급했다. 면허 발급을 늦춰 지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노조의 전략에 정부가 다시 한 번 원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이어지자 노조도 '파업으로 더 이상 얻을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파업대오를 이탈하는 노조원들도 급격히 늘어났다. 30일 복귀율은 29.1%까지 올라 30% 돌파를 목전에 뒀다. 과거 파업을 보면 노조원 복귀율이 30%를 넘으면 파업동력이 급격히 약화돼왔다. 결국 국회 중재로 철도산업발전 소위원회 구성 방안에 합의를 하자 철도노조는 전격 파업 철회를 선언했다.
철도노조가 무릎을 꿇었지만 22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파업이 남긴 상처는 너무 컸다. 철도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열차 운행률이 크게 떨어져 국민은 큰 불편을 겪었고 물류 수송차질로 산업계가 본 피해도 막대했다.
파업기간 열차운행률은 평시 대비 74.3%에 불과하다. 열차 평균 운행률은 파업 첫주 90.4%, 둘째주 85.6%, 셋째주 76%로 계속해 줄었다. 파업 4주째를 맞는 30일에는 열차 운행률이 더 떨어져 연말연시 이동수요와 맞물려 교통대란 우려가 제기됐다. 강원도 내 관광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된 데 이어 동해안 해맞이 열차도 사실상 중단돼 여행객들의 불편은 물론 현지 상권도 수익악화에 대한 걱정이 컸다.
파업 이후 노조원의 복귀율이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정상운행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필수유지 수준만 운행해왔다. 29일에는 KTX 74.1%, 새마을호 57.7%, 무궁화호 62.2%, 수도권 전동열차 95%, 화물열차 35.9% 등으로 운행률이 뚝 떨어졌다. 파업이 해를 넘겼더라면 최악의 교통대란이 벌어질 뻔했다.
파업기간 동안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하면서 급기야 사망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각종 탈선사고로 열차 지연이 속출하다 보니 출퇴근길 시민들은 30분 이상 당겨서 나오거나 아예 버스로 옮겨타는 등 불편이 극에 달했다.
철도파업으로 시멘트 업계 등 산업계의 피해도 컸다. 이 기간 시멘트 업계의 피해 규모는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철도노조의 유례없는 장기 파업으로 시멘트 생산, 출하와 대체수송, 주 연료인 유연탄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며 평일 기준으로 하루 8억∼9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시멘트 업계의 철도 수송 비율은 30%가 넘어 철도파업으로 직격탄을 입은 것이다.
파업이 더 길어졌다면 더욱 아찔한 상황도 초래될 뻔했다. 내년 1월6일 이후에는 필수유지 대상이 아닌 화물열차는 운행을 전면 중단해야 해 물류대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의 피해가 컸고 코레일도 운송수입 손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다른 업계로는 피해가 크게 확산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다.
코레일도 여객과 화물을 합해 하루 평균 10억원 정도의 운송수입 손실을 내 약 2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988년 이후 철도노조 파업으로 입은 영업손실 피해액 중 가장 큰 규모다. 철도노조는 1988년 이후 지금까지 9차례의 파업을 해왔는데 1994년 6월 파업 때 154억원의 영업손실을 입혔고 2006년 3월 파업 때는 150억원의 손실을 회사에 끼친 바 있다.
코레일은 1차로 9∼16일 영업손실액 77억원에 대해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금전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정부와 경찰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22일 사상 처음으로 민주노총 본부까지 강제 진입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이번 철도파업은 정부와 전체 노동계의 갈등으로도 비화됐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물론 야당과 시민 사회단체까지 가세하면서 극심한 '사회 갈등'으로 까지 번졌다.
일부에서는 코레일 내부의 노노갈등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파업 불참자와 참가자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질 수 있고 조기 복귀자들도 노조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대형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번에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이 첨예화됨에 따라 내년 노정관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파업참가자를 위한 안전복귀 프로그램과 집단 따돌림 보호프로그램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피해 직원이 원하는 경우 휴무하거나 근무조 변경, 특별 감사반을 구성해 집단 따돌림 행위를 적발해내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최소 정직 이상의 중징계와 인사 조치, 나아가 손해배상 청구까지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