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D-day) 황세연 지음/ 중앙M&B 펴냄
미국의 다음 상대는 누구인가. 미국은 과연 북한을 공격할 것인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전쟁 종결이후 북한 핵문제를 둘러 싼 양측의 처리방향에 대해 국내외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선택지는 오로지 두 개. 하나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미국과 여타 국가들의 경제지원을 통해 체제유지와 경제회생의 길을 찾는 방법. 또 다른 하나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이 경제제제를 강화하면서 양측이 끝내 자존심 대결로 치닫는 경우. 전자의 경우 남한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평화통일의 가능성까지 기대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과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얼마전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전한 `미국 조야에는 북한 핵시설이 밀집된 영변을 기습폭격하자는 의견도 있다`는 소식은 미국내 강경파의 주장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는 증거로 보여 우리를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소설가 황세연씨가 쓴 `디데이(D-day)`는 최근의 국제 정세 속에서 미국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파헤쳐 보겠다고 과감히 도전한 전쟁소설이다. 북한의 공작원이 주문진 앞바다에 침투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는 소설의 첫부분은 수년전 강릉 앞바다에 불시착한 북한의 잠수함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작위적이다.
하지만 한반도 전쟁의 시발점이 북한의 금강산을 오가는 현대의 금강호를 북한의 경비정들이 포위공격해 격침시키면서 촉발된다는 설정은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2003년 8월 남한의 국가정보원은 북한으로 향하는 금강호에 북한 공작원이 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배를 돌이킬 것을 명령하지만 이를 눈치챈 북한도 금강호의 회항을 막고 나섬에 따라 남북한간 교전이 시작된다. 이와 함께 북한이 설상가상으로 대포동 미사일의 발사 시험을 재개한다. 오래 전부터 태평양 함대를 동해와 서해에 전치 배치하고 북한을 공격할 시점을 기다리던 미국은 드디어 북한의 영변과 주요 미사일 기지, 장거리 야포가 밀집된 휴전선 부근의 지하 벙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다. 한국의 대통령도 이미 전쟁이 시작된 이상 시간을 끄는 것은 북한의 반격에 따른 대규모 피해를 줄일 수 없다는 판단아래 북한에 대한 공격을 지시한다.
그러나 전쟁은 단 하룻만에 끝난다. 양측의 공격에 따라 남북한은 모두 엄청난 피해를 입지만 전쟁은 의외로 싱겁게 막을 내린다. 그 배경에는 소설의 주인공인 컴퓨터 보안시스템 개발자 임정현의 활약이 있다. 애인과 함께 동해안으로 휴가를 떠났던 임정현은 이해 여름 동해안에 잠수함이 침투하고 남북한간에 대규모 교전이 벌어지는 사건을 목격하면서 한반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간다. 미국 CIA와 북한측 공작원, 그리고 남한의 국정원 요원에 의해 추격을 받는 주인공은 다행히도 남한의 국정원 요원에 체포돼 서울로 돌아온다. 여기서 그는 자신을 쫓는 이유가 몇 년전 미국 국방성에 납품한 컴퓨터 종합 보안시스템 `방패 8ㆍ15`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국은 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개발자가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비밀통로(일명 `개구멍`)를 설정해 놓았다는 사실을 알고 임정현을 납치하려 한 것이고 북한 역시 그를 통해 미국의 국방성 컴퓨터를 해킹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임은 여기서 중대한 결심을 한다. 그는 개발 당시 설정해 놓은 패스워드를 통해 국방성 컴퓨터에 침투하고 미국의 주요 기관들의 시스템을 모두 파괴한다. 미국은 순식간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교통ㆍ통신ㆍ물류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전쟁이 개시된지 하루만인 8월 8일 새벽 3시 표면상으로는 중국의 개입 움직임에 따라 세계 3차 대전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컴퓨터 천재인 주인공의 애국적인 해킹 공격에 굴복해 전쟁 중단을 선언하고 만다.
아무래도 소설인만큼 스토리 전개는 대단히 비현실적이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쟁 음모를 해킹이란 수단을 통해 막아낸다는 설정 자체가 재미있다. 소설의 결론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1일간의 전쟁을 통해 한반도는 통일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얻지 못한채 다시 이전의 분단상태로 되돌아간다.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반미감정을 유발하고자 하는 의도도 아니고 다만 미국의 이면을 정확히 보고 우리 민족의 자존을 모색하자는 취지`외에는 아무런 목적이나 전망도 없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