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험한 보험사 출혈경쟁 방치할 건가

보험사들의 일시납 저축성보험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시납 저축성보험은 말만 보험상품이지 은행 예금과 거의 같다. 은행 예금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공시이율을 제시하면서 고객을 유혹한다. 경쟁이 심한 손보사들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 1월 판매액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무려 8배나 늘었으니 정상은 아니다.

손보사 대부분이 이 상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데 문제가 있다. 삼성ㆍ현대ㆍ동부ㆍLIGㆍ메리츠 등 5대 손보사의 4월 공시이율은 5.0%이다. 반면 이들 회사의 운용자산 수익률은 4.5~4.7% 수준이다. 최대 0.5%포인트의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이렇게 황당한 비즈니스를 자행하는 것은 외형을 부풀리기 위해서다. 일시납 저축성보험은 공시이율만 높이면 시중 부동자금을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외형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지난해 동부화재가 공시이율을 대폭 올리면서 업계 2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에 불을 질렀다. 그러자 현대해상과 LIG손해보험이 '그냥 당할 수는 없다'며 저축성보험 판매에 박차를 가해 지금의 출혈경쟁 단계로 발전했다. 올 들어서는 3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NH손보가 출범 초기 시장 교두보 확보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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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납 저축성보험은 당장은 달콤하지만 독배와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장기간 역마진이 지속될 경우 보험사의 건전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고 해약이 몰리면 급격한 유동성 부족사태도 초래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손보사들에 지나친 출혈경쟁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과당경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그러고 보면 이 상품의 성격 자체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보험은 말 그대로 위험보장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그런데 이 상품은 무늬만 보험이지 실제로는 은행 예금과 동일하다. 이런 상품을 허용하고서 수시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자제하라고 행정지도에 나서는 것은 미봉의 임기응변일 뿐이다.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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