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와 콘텐츠를 담는 그릇인 플랫폼이 각광을 받는 요즘,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회사가 있다. 바로 캔들미디어. 캔들미디어는 지금까지 DVD나 CD 등 디지털 콘텐츠 유통이 주수입원인 회사였다. 실제 DVD나 CD 유통 등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45% 정도다.
이제 캔들미디어는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새롭게 태어나려 한다. 촛불처럼 은은하면서도 따스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캔들미디어의 장영승(49ㆍ사진) 대표를 만나봤다.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과 같이 '개방(Open)'을 기본으로 한 플랫폼 모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캔들미디어에서 서비스 중인 세 가지 '디딤발'을 바탕으로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솥'을 완성할 계획이다. 첫 번째 디딤발은 바로 '캔들링'이다. 캔들링은 스마트폰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얼핏 보기엔 카카오톡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관심 목록을 기반으로 한 친구 추천 등 섬세한 이용자환경(UI) 등 직접 써보기만 하면 캔들링만의 개성을 바로 알 수 있다. 향후 아이폰의 '시리(Siri)'가 한국어 버전으로 출시될 경우 이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도 검토 중이다.
캔들미디어의 두 번째 디딤발은 드라마ㆍ영화 등의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캔들티비'다. 장 대표는 캔들티비를 홍보 차원에서 'MBC 가요대제전'을 후원하는 등 이용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마지막 디딤발은 바로 게임 포털인 넥슨을 통해 서비스되는 캔들미디어의 '라디오'. 가격은 월 990원으로 여타 업체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매달 3,000원의 요금을 받는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이러한 가격 정책이 업계의 반발을 낳기도 했지만 저렴한 가격 덕분에 신규 수요를 창출해 시장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는 이러한 모바일 서비스들이 서로 보완하고 발전해나가며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길 원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캔들티비나 라디오에 자유롭게 올릴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개방 정책을 기조로 이용자 중심의 플랫폼이 형성되는 것이죠."
그는 이러한 플랫폼에 담을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제 아무리 좋은 그릇이라도 거기에 담을 콘텐츠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넷플릭스'나 '훌루'를 보며 깨달은 바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싸이더스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판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정우ㆍ공효진 주연의 '577'이나 박철수 감독의 '생생활활' 등 현재 제작을 준비 중인 영화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영화 개봉 수익 외에 DVD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같은 2차 판권의 수익도 노리고 있습니다."
캔들미디어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무엇보다 장영승이라는 사람 그 자체다. 장 대표는 자신의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본인은 월급만 받고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은 장 대표가 걸어온 길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장 대표는 1990년대 '나눔기술'을 창업해 국내 대표 벤처인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가장 존경하는 최고경영자(CEO)로 꼽기도 하는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다. 장 대표는 지금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다니며 순수예술을 공부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순수예술은 돈벌이가 안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설경구ㆍ황정민 등 충무로 최고 배우들은 다 연극배우 출신입니다. 순수예술과 자본시장 사이의 거리를 메울 수 있는 연구를 통해 사업에 접목할 방안을 계획 중입니다."
장 대표는 인터뷰 중간중간 물로 가볍게 입술을 적셨다. 현재 단식 중이기 때문에 입이 자주 마른 탓. 그는 1980년대 후반 학생운동을 하다 2년7개월가량 감옥에 있었다. 그때부터 단식이 습관이 돼 지금도 매년 2주가량은 단식을 통해 몸을 관리한다. 그에게 단식이란 모든 기운이 가라앉는 겨울에 몸을 비워 새로운 기운이 약동하는 봄을 준비하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캔들미디어를 통해 벤처 1세대의 영광을 재연하려는 장 대표. 캔들미디어의 봄날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