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가족지배기업의 경영성과와 지배구조에 대한 해외 연구논문 및 저널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먼저 언스트앤영이 유럽 3만4,000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족지배기업은 2005년 대비 2007년에 비가족지배기업보다 신규고용창출 효과가 2배 높게 나타났고, 매출성장세도 3%포인트 더 높았다. 또 유럽 컨설팅회사 롤랜드버거의 분석에서도 2007~2009년 독일의 가족지배기업은 이익의 7.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MDAX(중형주로 구성된 독일 종합주가지수) 상장사의 R&D 투자율 3.1%보다 2.4배 가량 높았다.
주가상승률도 가족지배기업이 높게 나타났다. 1997~2009년 미국과 서유럽에 상장된 가족지배기업의 총 주주수익률은 지역과 업종을 막론하고 S&P500 편입 기업보다 평균 2~3%포인트 높았다.
특히 가족지배구조가 낙후된 경제환경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기업지배구조라는 일부의 비판에도 오히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파치오앤랑이 서유럽 13개국 상장사 5,232개사의 소유현황을 분석한 결과 프랑스(64.8%)와 독일(64.2%)을 비롯해 포르투갈(60.3%), 이탈리아(59.1%), 스페인(55.8%) 등에서 가족지배기업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맥킨지의 조사에서도 미국 S&P 500 기업의 3분의 1이 가족지배기업이었고, 빌라롱가에 따르면 1994~2000년 포춘 500대 기업의 약 37%도 가족지배기업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가족지배기업 비중은 거래소 및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최근 3개년(2007~2009년) 평균 자산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제조업 49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2006년 기준 73.7%로 나타났다. 가족지배기업으로 분류된 364개사 중 1세대는 157개사(43.1%), 2세대는 190개사(52.2%), 3세대도 17개사(4.7%)에 달해 2세대 이상 가족지배기업이 더 많았다. 또 가족지배기업이 대기업보다 중견ㆍ중소기업에서의 비중이 높았는데, 이는 경영성과가 높은 대기업의 경우 외국계 지분이 높아져 소유권이 분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해외연구에 따르면 가족지배기업의 경영성과는 창업주 세대일 때 가장 좋았고, 승계 이후에도 설립자 가문이 계속 이사회나 감독위원회 등에서 활동해야 성과가 유지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창업자 가족이 이사나 대표가 아닌 단순한 대주주에 머물 경우 경영실적은 비가족지배기업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전경련은 해외논문들이 거론한 가족지배기업의 9가지 장점으로 ▲장기적 안목에서의 경영계획 수립 ▲신속한 의사결정 ▲고용구조 안정화 ▲책임경영 도모 ▲주주가치의 실질적 확보 ▲위기상황에서의 구심적 기능 ▲이해관계자들과의 장기적이고 협력적인 거래관계 구축 ▲소유분산으로 인한 무임승차 문제 해결 ▲대리인문제 해소 등을 꼽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가족지배기업이 한국적인 현상이라는 편견과 달리 선진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지배구조인 만큼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지배구조를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