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18일 오전 명동 은행연합회관에는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리는 '금융지주 회장님'에다 뉴신한을 책임진 한 회장까지 한꺼번에 모였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사 부실 문제, 전산보안 등 금융계 핫 이슈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부름을 받았다지만 이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인 것 자체가 뉴스처럼 보일 정도다.
금융당국 수장이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모아 공동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자리였지만 모여있는 면면을 살피면 여간 껄끄러운 자리가 아니다.
행시 8회인 강 회장은 행시 23회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이나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대선배'. 어 회장과 이 회장, 김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이라는 후광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공은 공 사는 사'.
오전7시45분부터 지주 회장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권 원장은 7시55분께 조찬장에 들어섰다. 김 위원장도 뒤이어 입장했다. 조찬장에 들어서서도 강 회장은 김 위원장에게 "먼저 앉으시라"며 자리를 권했다.
김 위원장은 '대책반장'이라는 별명답게 금융사 회장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삼부토건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 보듯 건설사 PF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이 소극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이런 부분이 건설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은 또 현대캐피탈 해킹과 농협 전산마비 사태 등과 관련해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한참 선배인 강 회장을 불러 업계 현안을 논의하고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강 회장 역시 관에도 있었던 입장이어서 둘의 매개체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찬은 예정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겨 오전9시43분께까지 계속됐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모임이 조금 길어진다"며 기자들에게 수차례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모임을 마치고 나온 회장들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김 회장은 건설사 지원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비판 받을 일을 했다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이렇게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금융권이 전산보안 등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라며 "전산 쪽은 우리금융이 잘 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찬시간보다 10~15분 정도 먼저 도착해 여유를 보이던 금융 4대 천왕들의 직전 모습과 대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