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층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단지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올들어 조합설립인가를 받거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진척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에 대해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펴고 있는 반면 리모델링에 대해서는각종 규제 완화와 지원책을 쏟아낸 결과다.
하지만 강남권 일부 단지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다 재건축을 요구하는 조합원 등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을 추진하다가 리모델링으로 돌아선 곳은 기존 재건축 추진위원회나조합을 먼저 해산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단지 사업 박차= 서울 송파, 강동구와 용산구 등지의 일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가 최근 전용면적의 30%까지 증축을 허용하는 대신 최고 9평으로 제한했던면적 규정을 없애고,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는 30%이내로 증축할 경우 공사비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등 `당근'을 내놓은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24일부터 전체 조합원 3분의 2 이상만 동의(종전은 전체 구분소유자의 5분의 4 이상, 동별 구분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동의)하면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 큰 걸림돌이 해소됐다.
서울 강동구 길동 프라자 아파트는 오는 14일 리모델링 시공사를 선정하고, 25일 조합창립총회를 열 계획이다. 이 단지는 평수가 중대형(31, 40평형)이고, 1984년에 입주한 15층짜리 고층아파트로 재건축이 어려워 리모델링을 택했다.
A사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대체로 리모델링에 찬성하고 있지만 조합설립인가 기준이 완화된 만큼 사업 기간도 그만큼 앞당겨질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구 이촌동 타워맨션과 빌라맨션은 이례적으로 조합원 100% 동의를 받고, 현재 건축심의가 진행중이다.
GS건설 정재희 차장은 "리모델링의 9평 증축 제한이 없어져 중대형 아파트의 평형 늘리기에 여유가 생겼다"며 "이달 중 조합설립인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재건축이 어려운 송파구 풍납동 미성아파트는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고 지난 2일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이밖에 송파구 오금동 상아1차도 이달중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건설업계는 최근 중.고층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을 포기하는 곳이 등장하면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곳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은 곳곳이 `삐걱'=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곳도 적지않다. 재건축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다보니 투자가치 등 현실의 벽에 부딪힌것이다.
지난 1월 말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서초구 신반포 13차(한신 13차)는최근 반대파가 늘면서 사업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추가부담금이 만만치 않고 리모델링후 시세가 재건축한 만큼 올라주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며 찬성파와 반대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서초구 잠원동 한신 18차와 21차, 25차 등도 주민 반대 때문에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30평형대 아파트의 경우 리모델링으로 평수는 넓혀도 기존2베이를 3-4베이로는 바꿀 수가 없다"며 "평면 효율성이 떨어지다보니 주민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에 자지단체로부터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리모델링으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전 재건축 추진위와 조합을 해산해야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방배 경남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돌아선 뒤 80% 이상동의율을 확보했지만 구청 승인을 받은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있어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을 둘 다 인정할 수는 없다"며 "조합원 총회 등 의결기구를 통해 정식으로 재건축 조합을 해산해야 리모델링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초구 삼호1차도 일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는 물론 조합설립인가까지 떨어져 난항이 예상된다.
쌍용건설 양영규 차장은 "정부가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장려한다면 재건축 추진위.조합 해산 문제 해결과 세제 감면 등 좀 더 과감한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