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적대적 M&A 노출 우려

공정위 대기업집단 출자구조 공개<br>시장감시기능 강화 명분 불구 실효성 의문…재계·정부간 소모적인 논쟁 촉발 가능성


외국인 적대적 M&A 노출 우려 공정위 대기업집단 출자구조 공개시장감시기능 강화 명분 불구 실효성 의문…재계·정부간 소모적인 논쟁 촉발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출자구조 매트릭스(지분 족보)'를 공개했다. 총수 일가가 5%도 안되는 지분으로 40% 안팎의 계열사 지분을 이용, 그룹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과 계열사 10개 중 6개는 주식 1주도 없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순환구조에 의해 꽈배기처럼 꼬인 그룹들의 왜곡된 소유구조를 반증한다는 게 '출자 매트릭스'를 만든 공정거래위원회의 설명이다. 하지만 매트릭스 공개는 시장감시 기능 강화 측면에도 불구, 실효성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사생활 침해 논란과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노출 등 부작용만 키웠다는 평가도 적지않다. '재벌 족보'를 보면 자산 2조원 이상의 51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36개 그룹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 비중은 전체의 4.61%에 불과했다. 총수 본인 지분은 1.95%, 친인척은 2.66%였다. 특히 출자총액제한그룹 18개 중 총수가 있는 13개 집단은 총수일가 지분이 3.41%에 불과했다. 재계 서열별로는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 지분이 0.44%였으며 ▦LG 0.83% ▦현대자동차 2.85% ▦SK 0.73% ▦한진 2.92% ▦롯데 0.39% ▦한화 1.83% ▦현대중공업 5.00% ▦금호아시아나 0.50% ▦두산 0.32% 등이었다. 총수가 있는 36개 그룹 계열사 781개 중 총수 일가의 지분이 전혀 없는 회사가 전체의 60.05%에 해당하는 469개에 달했다. 총수가 있는 13개 출자총액제한대상 그룹만 보면 347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가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회사가 64.84%인 225개였다. 재벌 계열사 10개 중 6개 이상은 총수 일가가 단 1주의 주식도 없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총수 친인척의 지분을 살펴보면 대체로 배우자와 자식ㆍ부모(혈족 1촌)의 비중이 가장 높고 촌수가 멀어질수록 낮아졌다. 삼성그룹은 배우자, 혈족 1촌의 지분이 0.79%로 총수 본인보다 오히려 더 많았으며 ▦혈족 2~4촌 0.01% ▦혈족 5~8촌 0.02% ▦인척 4촌 이내 0.08% 등으로 나타났다. 국내 그룹의 병폐로 꼽혀온 순환출자도 예상대로 심각했다.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 14개 가운데 11개는 순환출자관계가 형성돼 있었다. 주력기업 대부분이 순환출자로 고리가 형성됐다. 재벌소속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출자도 상당했다. 18개 그룹 소속 67개 금융보험사가 109개 계열사에 출자하고 있었고 총 출자금이 주식 취득가 기준으로 2조3,600억원에 달했다. 총수가 있는 출자총액제한 대상 그룹 중 금융보험사를 갖고 있는 11개 가운데 두산을 제외한 10개가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출자가 있었다. 공정위가 매트릭스를 내놓은 직후 재계는 "총수와 친인척의 지분을 세분화해 공개한 것 자체가 투자자들이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공시와 차원이 다르다"며 사생활 침해론을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확대해석이라고 밝혔다. 지분 현황을 비실명으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매년 발표해온 '내부지분율 현황'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또 다른 의문을 남기고 있다. 가뜩이나 외국인에 의한 M&A 우려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과연 지금 '지분정보를 단순 정리하는 수준의 것'을 공개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결국 이번 매트릭스는 시장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공정위의 설명에도 불구, 이래저래 소모적인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현상경기자 hsk@sed.co.kr 입력시간 : 2004-12-2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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