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ㆍ이란 등 중동 정세불안에 미국의 일부 정유시설 가동 중단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64달러선을 넘어서는 초강세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석유시장이 작은 사건에도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 단기간 65달러 돌파는 물론, ‘오일 쇼크’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장중 한 때 배럴당 64달러선을 넘는 등 강세를 보인데 끝에 전일보다 배럴당 1.63달러(2.6%) 오른 63.9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배럴당 1.73달러(2.6%) 상승한 62.70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러한 강세 행진은 아시아시장에서 시작된 장외거래에서도 그대로 유지돼 한 때 배럴당 64.27달러까지 치솟은 이후 64달러선에서 거래가 계속됐다.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중동지역의 불안으로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이 테러위협을 이유로 10일(현지시간)까지 사우디 주재 외교공관을 한시적으로 폐쇄한 데 이어 영국과 호주도 8일 사우디에 있는 자국민 또는 방문객에 대해 테러 위협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게다가 인도에서는 지난 7일 밤 북부지역의 석유 파이프라인이 반정부군의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란 핵위기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근 이란이 유럽국가의 제안을 거부한 데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날 이란이 이스파한 우라늄 전환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정유시설 가동 중단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세계1ㆍ2위 정유사인 액손모빌과 BP가 고장ㆍ설비보수 등의 이유로 가동을 멈춘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3위의 정유업체인 볼레로가 5일간 가솔린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3주동안 가동을 중단한 정유공장은 모두 12곳으로 늘어났다.
석유시장이 ‘악재의 늪’에서 빠른 시간내에 빠져 나올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AFP통신은 1979년 이란혁명 당시 유가(배럴당 30.03달러)를 현재 화폐가치로 치면 배럴당 80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하고 현재 상황이 당시 보다 좋지 않아 유가가 추가상승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80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소시에떼 제너럴의 도브라 화이트도 “유가가 단기간 65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정제시설 부족, 테러리스트들의 사우디 공격 가능성, 허리케인 시즌 진입 등으로 유가는 하락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내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