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3·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LG디스플레이(034220)와 LG이노텍(011070) 등 애플 관련 부품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005930)의 3·4분기 어닝쇼크 충격이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삼성전자 관련 부품주들은 연이어 하락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의 실적호조로 국내 부품업체들의 실적 역시 동반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 관련주는 당분간 부정적인 흐름을 피할 수 없다"며 "부품 업체별로 애플과 삼성전자의 납품 비중에 따라 실적 차별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같은 스마트폰 부품주라도 애플의 경우 매수 비중을 늘리고 삼성전자는 당분간 매수 비중을 축소하라는 얘기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애플 관련주로 분류되는 LG디스플레이가 전날보다 0.97%(300원) 오른 3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은 전날 7%대까지 급등했지만 이날 장중 등락을 거듭하다 전날보다 1.26%(1,500원) 떨어진 11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아바텍(149950)(2.66%), 이라이콤(0.68%), 블루콤(1.23%) 등 애플 관련 부품주들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애플 부품주가 오른 것은 증권가의 예상과 달리 애플이 기존 잠정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특히 신제품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가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실적도 함께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애플의 3·4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3,52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0만대 증가했다. 어규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4분기에 이어 4·4분기는 아이폰6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국가에 출시돼 본격적으로 판매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아이폰의 LCD 패널과 슬리밍을 담당하는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아바텍 등 부품주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4·4분기 아이폰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71% 증가한 6,700만대로 추정된다"며 "큰 이변이 없는 한 부품 업체들의 4·4분기 실적도 전 분기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애플 부품주라는 이유로 무턱대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실적에 영향을 받는 국내 부품주들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각 업체별로 공급 비중과 공급 대상 등을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에 납품하는 비중이 큰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등은 애플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지만 규모가 작은 코스닥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애플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지적했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애플과 직접 거래하지 않는데다 애플과 삼성전자에 동시에 공급하는 업체도 상당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어두운 실적 전망에 따라 당분간 주가도 부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비중이 더 높은 업체들의 경우 주가 흐름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 호실적을 달성한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여전히 3·4분기의 어닝쇼크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08% 내린 108만3,000원에 거래를 마쳐 110만원대가 또다시 무너졌다. 삼성전자가 부진하자 스마트폰 관련 부품주인 삼성SDI(006400)(-2.60%), 삼성전기(009150)(-2.79%), AP시스템(054620)(-1.44%)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3·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소폭 증가한 7,800만대로 예상되지만 갤럭시S·갤럭시노트 등 플래그십 라인업은 1,500만대 수준에 그쳐 전 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에 치이고 보급형 시장에서는 중국업체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3·4분기 어닝쇼크의 여파가 4·4분기 실적 우려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 부품주들에 대한 접근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