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사면초가 건설산업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추락을 거듭한 건설 수주물량이 2013년에는 8년 만에 100조원 아래로 떨어져 91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동시에 11년 만의 최저치로 민간수주, 그중에서도 주택수주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상반기에는 예산 조기집행, 6월 지방선거 영향으로 공공 중심의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예산 제약 때문에 이러한 공공수주 호조세가 하반기까지 지속하기는 어렵다.


믿었던 해외수주 수익성마저 악화

따라서 민간주택시장이 살아나지 않은 한 경기가 전형적인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이며 올해 수주액도 100조원을 하회하는 전년 수준으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경기를 살리는 각종 규제 완화 조치가 절실한 이유다.


물량이 적어 닥치는 대로 수주하다 보니 영양가를 챙기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저가낙찰제·실적공사비 등의 영향으로 수주한 공사의 낙찰금액이 실제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건설업계 경영상태, 다시 말해서 수익성·안정성·유동성 지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지난 1·4분기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9%에 불과하며 안정성과 관련된 부채비율도 전년에 비해 추가적으로 후퇴했다. 이자보상비율은 0.78대로 떨어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체 산업 평균과 비교할 때 이익률은 3분의1, 부채비율은 2배, 이자보상비율은 6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100대 건설사 중 17개사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지난달 말 발표된 2014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건설사 4곳이 추가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관련기사



대기업들은 해외 건설시장이 있어 낫다는 세간의 평가가 있지만 해외수주 수익성이 악화돼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9년 이후 2, 3년 동안 저가로 수주한 공사들이 현실화되면서 수익성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행 중인 저가수주 현장이 아직 남아 있는 데다 중동의 불안한 정세, 원화 강세 등을 감안하면 해외 건설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국내와 해외시장 공히 여의치 않아 많은 기업들이 쓰러져 가는 가운데 건설사 제재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국내 100대 건설사 중 48개사, 전체 건설사 중 66개사가 제재를 받았다. 전체 66개사 중 56개사는 공정위 과징금 처분, 54개사는 발주기관 별 입찰참가제한, 31개사는 검찰기소·형사재판 등의 중복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숨통 죄는 과징금, 정부 대책 시급

심지어 최근에는 발주기관 별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재가 진행되는 속도도 문제다.

올 들어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급격히 증가해 2010년 이후 부과된 총 7,480억원의 과징금 중 대부분이 올해 부과된 것이다. 향후 조사 예정사업까지 감안할 때 업체의 존폐가 걸린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 양적·질적으로 좋지 못한 건설시장, 낙관할 수 없는 해외시장, 업체의 숨통을 죄는 제재라는 족쇄까지 사면초가의 형국에 놓여 있는 건설산업 동향을 살펴봤다. 일자리 창출과 서민가계를 지탱하는 건설산업이 침몰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건설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