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구두 행상 시인이 세번째 시집을 펴냈다.
충북 충주에서 25년째 구두 행상을 하고 있는 홍학희(65ㆍ충주시 연수동)씨는 최근 `미리내 강변에 흐느끼는 내 영혼`이란 개인 시집을 냈다.
빈농의 집안에서 출생, 충청성서신학교(중학 과정)를 마친 홍씨는 충주와 음성 등을 전전하다 스무살 때 서울의 구두공장에 취업한 이후 45년째 구두와 인연을 맺고 있다.
그가 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때로 당시 교사와 선배들로부터 시집을 빌려 읽으면서 시의 세계에 흠뻑 빠졌으나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펜을 잡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국 그는 시에 대한 열정을 누르지 못한 채 1990년부터 마음을 다져잡고 시를 쓰기 시작, 1993년 1월 문학공간을 통해 시인으로 정식 등단했고 이듬 해 10월 처녀시집 `그리움으로 일으킨 영혼`을, 1999년에는 `영(嶺) 너머 아버지 집`을 각각 출간했다.
홍씨는 충주와 제천, 음성 등지의 관공서와 개인 사무실 등으로 구두를 팔러 다니는 동안 떠오르는 시상을 빼곡하게 메모해 둔다. 일을 마친 뒤 조그마한 임대아파트로 돌아간 그는 메모지에 기록한 시상을 밤을 새워 다듬고 안면근육통으로 불편한 눈을 비비며 원고지에 옮겨 적으며 이 가운데 마음에 드는 작품만을 골라 시집을 낸다.
그러나 구두도, 시집도 많이 팔리지 않아 생활은 여전히 곤궁하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부자라고 자랑한다. 그는 두 번째 시집까지 고향의 산수와 젊었을 때의 사랑 등을 주제로 서정시를 주로 썼으나 이번 시집에는 나이가 든 탓인 지 인생과 삶, 사람, 죽음 등을 소재로 짙은 고뇌를 담아 낸 작품이 많이 실려 있다.
홍씨는 “시상이 떠올랐을 때의 쾌감과 혼과 정열을 모아 시를 완성했을 때의 희열 때문에 환갑을 훨씬 넘은 나이에도 시를 쓰게 된다”며 “시집과 구두가 많이 팔려 생활 형편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꿈을 얘기한다.
<청주=박희윤기자 h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