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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혜화여고 체육관. 개봉을 하루 앞둔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주연배우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와 이한 감독이 깜짝 방문해 단상 위에 올랐다. 이날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른 학생들은 체육관에서 영화를 단체 관람하고 감독·주연 배우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관람한 '우아한 거짓말'은 교내 왕따(집단 따돌림) 문제를 다룬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기획사 측은 영화 내용과 주요 타깃층을 고려해 '스쿨 어택(school attack)'이란 이름의 특별 시사회를 마련했다. 예상 외로 반응은 뜨거웠고, 시사회 이후 블로그나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통해 후기와 영화평이 쏟아졌다. 실제로 타깃 관객층을 고려한 이러한 '맞춤형 시사회'는 구전(口傳·viral marketing) 효과를 낳으며 영화 흥행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탠다.
예전에는 옥외광고나 포스터, 예고편 등 영화의 일부분을 의도적으로 선택해 보여주는 일방적 마케팅이 일반적이었다면, 개봉에 앞서 일반 관객 혹은 영화 관계자를 초청한 시사회를 통해 '입소문 효과'를 유발하는 방식이 최근 영화 마케팅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독특한 이벤트를 가미한 '이색(異色)'시사회를 통해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효과를 극대화하는 움직임이 눈에 띠게 늘고 있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할리우드 재난영화 '폼페이:최후의 날'은 컴퓨터그래픽(CG) 전문가를 초청해 영화 속 특수효과를 주제로 GV(Guest Visit·관객과의 대화)시사회를 마련했다. 평소 물과 불이 등장하는 화려한 영화 장면들을 보면서 '과연 어디까지 실사고, 어디까지가 CG일까' 의문을 품었던 관객들은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에 의해 존멸 위기에 처한 문화재를 찾아 구해내는 임무를 맡은 '모뉴먼츠 맨'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 내용에 맞춰 영화 개봉 전 '한국의 모뉴먼츠 맨들과 함께하는 공감 톡'이라는 이색 시사회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아트 디렉터, 한복 전문가, 미술평론가를 비롯해 미술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영화를 관람한 후 예술의 가치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문화재란 주제에 가장 적합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사회를 열어 주목을 끌었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문화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가 열렸으며, 문화유산 보존과 해외 유출 문화재의 반환 등 최근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평소 접하기 힘든 굿판이 서울 시내에서 펼쳐지기도 했다. 지난 6일 개봉한 박찬경 감독의 '만신'은 무속인 김금화(중요무형문화재)의 삶을 재료로,무속의 원형과 그 속에 깃든 문화적 가치를 조명했는데, 만신 김금화 씨가 특별 시사회 자리에서 한국 영화의 명(明)과 복(福)을 비는 신명 나는 굿판을 펼쳤던 것이다. 이처럼 영화 콘셉트에 맞춘 '이색 시사회'는 영화에 대한 일반 관객의 흥미를 높이는 한편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화하면서 구전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영화 홍보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실장은 "영화 마케팅 비용이 최근 들어 많게는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상당수는 이 같은 특별 시사회를 포함해 '입소문 효과'를 만들기 위한 사전 마케팅 활동에 투입되는 것"이라며 "업체마다 관객들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는 특별하면서도 이색적인 이색 시사회을 선보이기 위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