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산업구조 한계... 고용 급속 악화
노사정합의 대기업 유연화엔 기여
성과공유 등 양극화 개선 속도내야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나? 이 시대의 희망은 무엇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취업하기 어려워지고, 취업을 해도 급여는 신통찮고,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불안한 고용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고용위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고, 건강하지만 일자리가 없는 고령자들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희망은 일자리가 아니겠는가.
고용위기는 기술혁신과 세계화 등에 따라 발생하는 지구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하다. 대기업·수출·제조업에 의존해왔던 한국의 산업구조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일자리를 만들 여력이 고갈되었고, 수출은 늘어나도 일자리창출 효과는 떨어지고 있으며, 제조업은 노동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어 고용문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동시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심각하게 이분화 돼있어 고용문제의 해법을 찾기 더 어렵고 고용위기가 가중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때문에 대기업에는 사람이 몰리지만 취업이 어렵고,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노동조합이 대기업에 집중됨에 따라 악화됐다.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노동조합 덕분에 고액 급여에 고용안정을 누리자 정규직 채용은 줄어들었고 그 공간은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또 이분화 되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문제는 고용불안, 빈곤 근로계층과 소득격차의 확대를 야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문제를 개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최근에 노사정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촉진하도록 취업규칙 변경을 용이하게 하고, 성과는 저조하지만 과도한 기득권을 누리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고질적인 대기업의 임금고용 경직성 문제를 해소하는데 획을 긋는 성과이지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임금고용 경직성은 근로자의 90%가 일하는 중소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은 지불능력이 떨어져 정규직이라도 임금수준이 낮고 이직이 너무 잦아 대기업과 정반대의 고용문제를 앉고 있다. 대기업은 임금고용 경직성이 고용문제의 본질이라면 중소기업은 열악한 지불능력이 고용문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고용문제는 임금이 올라가고 고용을 안정시키도록 만드는 것이 노동개혁의 과제다.
지금까지 노동개혁은 대기업의 고용문제에 매달린 반면, 중소기업의 고용문제는 해결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두리뭉실 넘어갔다. 박근혜정부가 이런 전철을 밟지 않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소기업의 고용문제해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대기업이 임금인상이나 고용경직성의 부담을 협력 중소기업에 부당하게 전가하는 문제를 방치하는 한 중소기업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또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잦은 이직이 계속되는 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해소할 수 없다.
완전한 노동시장개혁은 중소기업의 고용문제 해결을 요구한다. 이렇게 하려면 노동시장 개혁은 새로운 철학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의 가치 창출 공유, 중소기업 노사의 성과 공유 등 공유자본주의 철학이 요구된다. 공유자본주의 철학에 입각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해 불공정거래를 하지 못하게 공정거래제도를 강화하고, 대기업의 임금고용관행이 협력 중소기업에게 부당하게 피해를 주지 못하게 공정노동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이 지불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사기를 제고하고 생산성을 높이도록 종업원주주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종업원주주제도를 통해서 중소기업 근로자가 종업원이자 동시에 주주의 신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이직은 줄어들고, 핵심 역량이 기업에 축적되도록 하며, 근로자들은 임금소득과 함께 배당 등 자본소득도 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고용위기는 대담한 노동시장개혁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