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보편적 요금인하를 원한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이동통신 요금에 대한 논란이 드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가 12만6,100원이나 됐고 그 가운데 휴대전화 요금이 8만3,200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가구당 통신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00원 증가했는데 휴대전화 요금은 7,300원이나 늘어난 만큼 소비자들이 휴대전화 요금에 대해 예민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면 가입자만 4,200만명으로 전 국민의 80%가 사용하는 휴대전화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이동통신회사들은 신규 설비투자와 유지 비용 등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요금인하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갖가지 통계는 왜 소비자들의 요금 저항이 거센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선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률은 국내기업 평균보다 약 3배나 되는 15%에 이르렀고 2세대 휴대전화의 원가보상률도 SK텔레콤 123%, KTF 105%, LG텔레콤 102% 등으로 나타났다. 대략 이동통신 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3배나 많다고 한다. 특히 SMS 문자서비스 요금은 통상 원가가 1건당 8원 정도지만 30원씩 받는 폭리를 취해왔고 지난 3년 동안 문자메시지로 국내 이동통신 3사는 1조3,59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지난달 이동통신요금의 인하 논의가 청와대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8월 기본료 7.8% 인하, 2005년 9월 발신자표시서비스 무료화, 2006년 데이터통화료 30% 인하 등이 모두 당정협의를 통해 타율적으로 진행되기는 했으나 올해는 아예 청와대가 나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하가 필요하다며 가이드 라인을 내놓았다.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이미 가입비를 면제해 주고 기본료와 이용요금의 35%를 싸게 해주고 있으며 성인보다 싼 청소년요금제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다시 인하하라는 눈치를 줬다. 7월에 새로운 통신정책 로드맵이라면서 경쟁을 유도해 요금을 내리겠다고 선언한 지 두 달도 채 안돼 가격 지도에 나선 셈이다. 그래서 SK텔레콤이 내놓은 것이 내년부터 문자메시지 요금을 30원에서 20원으로 낮추고 기본료를 2,500원 더 내는 사람에게는 가입자 간 통화료를 50% 할인해 준다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망내(網內) 할인은 엄격하게 따져보면 마케팅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대개 다른 나라에서도 망내 할인을 파격적으로 허용하지만 동시에 다른 가입자와의 통화나 일정 시간 이상에서는 갑자기 요금이 높아지는 요금 시스템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후발사업자들이 가입자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망내 할인 저지에 나섰던 것도 주파수 개방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가입자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더욱 난감한 것은 망내 할인이 같은 사업자 내의 소비자에게도 혜택의 쏠림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량 사용자에게만 큰 혜택이 돌아가면서도 결국은 통화품질만 떨어질 우려가 없지 않다. 반면 SK텔레콤으로서는 이탈하는 가입자의 일부만 막아도 마케팅 비용을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어 망내 할인에서 입는 손실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실정이다. 물론 정부가 내놓은 일정대로 내년 3월부터 가입자인증모듈(USIM) 잠금장치를 해제하면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유통시장 지배력은 크게 약화되고 와이브로(WiBroㆍ휴대인터넷)를 활용한 인터넷 전화(VoIP)와 기존 망을 빌려 독자적인 브랜드와 요금체계를 구축할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까지 경쟁자로 등장하면 본격적인 요금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성난 소비자들은 정치적 선심성에서 비롯된 망내 할인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요금인하보다는 분당 이용료나 기본료ㆍ가입비 등의 보편적인 요금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통신요금은 사회적 합의나 복지의 대상이 아니며 자율적인 시장원리에 따라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인하돼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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