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업체들에 한국시장은 시장경제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파라다이스'다.
업체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올려도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기 마련인데 국내 명품시장은 가격이 오를수록 판매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심지어 가격인상이 예고되면 오르기 전에 사재기 열풍까지 불 정도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명품 가격이 비싸지면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 돈을 아끼는 일인데 인상 전 가격으로 사면 돈을 버는 것이라는 상식 밖의 생각을 한다"고 꼬집었다.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가 지난해에도 콧날을 세웠다.
유럽발 재정위기에다 국내 소비부진의 와중에도 명품 브랜드들은 여전히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로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유통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4,97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4,273억원)보다 16.4% 증가한 수치다. 루이비통은 올해 명품업계 최초로 국내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페라가모와 불가리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그동안 국내 명품시장에서는 루이비통과 구찌의 인지도가 가장 높은 편이었으나 이들 브랜드까지 급성장하면서 명품 소비의 저변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페라가모코리아는 지난해 전년(820억원) 대비 18% 신장해 9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페라가모는 올해 '매출 1,0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명품업체 가운데 1,000억원 클럽에 가입한 곳(보석 및 시계업체 제외)은 루이비통ㆍ구찌ㆍ버버리ㆍ프라다 등 네 곳뿐이다.
불가리코리아는 지난해 전년(573억원) 대비 33% 증가한 7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찌코리아는 지난해 2,95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2,730억원)보다 8% 신장한 데 그쳐 명품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자릿수 성장으로 체면을 구겼다. 구찌의 경우 아웃렛 매장을 늘리면서 최상위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명품 브랜드들은 지난해 한두 차례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가격을 올려도 당분간 명품 수요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시장도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을 다소 받는 분위기지만 중산층을 중심으로 명품족 대열에 합류하려는 신규 수요가 일어나면서 성장세를 유지한다"며 "고소득층은 의류나 보석ㆍ시계, 중상위층은 고급 가방, 중산층은 대중적인 가방 라인을 중심으로 명품소비에 가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