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공연계에서 무속신앙과 점(占)을 소재로 한 뮤지컬 '점점(사진)'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소재는 영화 등에서 다뤄진 적은 있지만 뮤지컬로 제작되기는 처음인데다 젊은 여성층이 관심을 둘만한 흥미로운 줄거리로 입 소문을 타고 있다. 대학로 소극장용 뮤지컬인 '스페셜 레터'로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극본상을 수상한 박인선 작가의 새로운 작품으로 평단의 반응도 좋다. 작품은 각기 다른 인생관을 갖고 살아가는 세 인물을 통해 삶에 대한 해답을 성찰하게 한다. 점과 미신을 맹신하는 기상캐스터인 '맹신비', 외계인과 UFO는 물론 지구 종말을 믿는 남자 '오묘한', 자신의 의지대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남자 '고민수'가 등장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인연을 만들어 나간다. 무당인 '김보살'이 점지해준 운명의 남자와 첫눈에 반한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맹신비의 모습은 현대인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운명'과 '팔자'를 맹신하는 현대 사회를 꼬집는 동시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인 인간의 존재론적인 질문도 던진다. 로맨틱 코미디가 추구하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결말이 다소 식상하게 다가올 수 있겠지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밉지 않다. 배우 오나라는 뮤지컬 '싱글즈' '김종욱 찾기' 등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계에 스타로 발돋움했으며 이번에도 맹신비 역으로 기대 이상의 연기를 펼친다.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내년 2월 7일까지 공연한다. (02)501-7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