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과 한화(000880)가 계열사 네 곳을 사고판 '빅딜' 발표에 앞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매매를 한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012450))의 전·현직 임원이 검찰에 고발 조치됐다. 이들은 보유 중인 삼성테크윈 주식은 미리 팔고 인수 주체인 ㈜한화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을 통해 9억원 이상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불공정거래 조사 결과를 의결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삼성테크윈의 경영지원팀 상무 A씨와 부장 B씨는 지난해 11월 회사가 ㈜한화에 매각된다는 사실을 내부 임원회의를 통해 알게 된 후 차명계좌 등을 통해 보유한 주식을 전부 내다 팔았다. 대신 ㈜한화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은 매각 사실이 공개되면 '삼성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삼성테크윈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한화의 주가는 오를 것으로 판단했다.
부장 B씨는 또 삼성테크윈 전 대표이사 C씨와 전 전무 D씨, 전 상무 E씨 등 퇴직임원 3명에게도 전화를 걸어 매각 사실을 전하면서 보유 주식 매도를 권유했다. A씨 역시 차명계좌의 실소유주인 전 부장 F씨에게 같은 정보를 전달했다. D씨는 본인의 동생인 G씨에게도 삼성테크윈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하게 했다.
실제 빅딜 사실이 공시를 통해 발표되기 전날인 지난해 11월25일 삼성테크윈의 주식 거래량은 472만1,965주로 평소에 비해 15배 이상 많았다. 공시 당일인 26일 삼성테크윈의 주가는 가격제한폭(14.90%)까지 떨어졌다.
증선위는 삼성테크윈의 A씨·B씨·C씨·D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조사와 법원 재판을 통해 불공정거래 혐의가 확정되면 이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손실회피금액의 2~3배에 이르는 벌금형을 받게 된다.
다만 전 상무 E씨와 전 부장 F씨는 손실회피액이 미미하고 2차 정보 수령자여서 검찰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2~3차 미공개 정보 수령자에 대해 처벌을 가능하게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됐으며 소급적용이 안 된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제기된 외국인투자가의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홍식 자본시장조사단 단장은 "이번 조사는 검찰과의 공조로 디지털포렌식(첨단 데이터 수사기법)을 이용해 미공개 정보 전달과정을 처음 입증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증선위는 이날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뒤 공시한 비상장법인 넥스콘테크놀로지에 대해 과징금, 감사인 지정, 검찰 통보 조치를 확정했다. 외부감사인인 성도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에 대해서는 주권상장법인 감사업무 제한 등의 징계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