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온돌과 바르질

김영민 특허청장


겨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우리 선조의 지혜가 녹아 있는 것이 '온돌'이라면 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한 아랍인의 슬기가 스며 있는 것이 '바르질(Barjeel)'이라는 전통 냉각 타워다.

온돌은 아궁이에 불을 때 나온 열기를 방바닥으로 보내 따뜻하게 하고 연기는 굴뚝으로 내보낸다. 반면 바르질은 굴뚝처럼 생긴 지붕 위 구조물로 불어오는 바람을 모아 건물 내부로 흘려보내 실내를 시원하게 만든다.


하나는 따뜻하게 다른 하나는 시원하게 하는 목적이 다른 구조물이지만 공기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이용한다는 데서 '온돌과 바르질'은 서로 닮았다.

2010년 여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우표에 '경복궁 아미산 온돌 굴뚝과 바르질'이 나란히 등장한다. 우리나라와 UAE의 '특별한 관계'를 서로의 닮은꼴 문화유산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UAE 왕세제가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고 협력관계를 심화·발전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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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특허청은 UAE 경제부와 특허심사 등 지식재산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핵심 내용은 우리나라 특허청이 UAE 특허출원을 국내와 현지에서 대신 심사해주는 것이다. UAE 현지에 심사관을 파견해 심사대행과 더불어 UAE 지재권 시스템 구축도 도와주기로 했다.

특허심사는 독점 배타적인 권리인 특허권을 부여하는 행정행위이기에 이를 다른 나라에 맡기기란 쉽지 않다. 한 나라의 특허심사를 다른 나라의 특허청에서 파견된 심사관이 수행하는 최초 사례가 아닐까 싶다. 우리와 MOU를 체결한 압둘라지즈 UAE 경제부 차관은 협력 파트너를 찾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여러 나라를 방문·조사했고 한국 특허청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만큼 신뢰와 기대가 컸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지난 2010년 UAE와 처음 지식재산 분야 교류를 시작했지만 몇 년 만에 실질협력으로 관계를 끌어올렸다. 이는 짧은 수교 기간임에도 양국이 원전·건설 등의 분야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과를 이룩한 덕분이라 생각한다.

원전 협력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수립의 시발점이 됐다면 이번 특허심사 협력은 창조경제에 걸맞게 UAE와 협력을 지식서비스 분야로 확대·발전시키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특허청은 조만간 UAE에 파견할 5명의 특허심사관을 선발한다. 이들은 상반기 중 UAE 현지에서 고품질 심사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온돌과 바르질'의 특별한 관계처럼 우리나라와 UAE가 특허심사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고 발전시켜 UAE에 한국형 특허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또 이런 성과가 중동의 다른 국가는 물론 북아프리카 국가에 확산하는 원동력이 돼 Kvkq, 한국 드라마 등 문화적 가치 공유 중심의 기존 한류에 UAE발(發) '지식재산 행정 한류(K-IP Wave)'가 더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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