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수 부족하다고 부담금으로 채울 건가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부담금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부담금관리기본법을 제정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부담금이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11년 동안 국민 1인당 부과된 부담금은 16만원에서 31만원으로 두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부담금 가짓수는 97개로 지난 11년간 고작 5개밖에 줄지 않았다.


부담금은 외부효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한 준조세다. 특정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려는 취지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지난해 걷은 부담금은 16조원에 육박한다. 부가세와 소득세ㆍ법인세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정부 수입원이다. 국민에게 금전적 의무를 부과한다면 부담금 역시 조세처럼 부과기준이 투명해야 하고 납부자 권리도 보호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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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요율과 가산금 산정은 주먹구구식이다. 법령에 뚜렷한 근거도 없이 걷는 임의부담금도 적지 않으며 부과예외를 두고 형평성 시비도 끊이지를 않는다. 부담금 제도가 난맥을 보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와 부처이기주의가 결합한 탓이다.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국회와 국민으로부터 촘촘한 견제와 감시를 받는 조세와 달리 행정부가 법령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요율 같은 세부기준을 임의로 정할 수 있고 특정 사업에 제 맘대로 쓸 수 있다. 11개 부담금이 최근 5년 동안 단돈 1원도 걷히지 않았는데도 버젓이 남아 있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새 정부는 최근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규제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 현장 애로 개선대책도 잇따라 내놓기도 한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부담금 제도개선은 한발짝도 진전이 없다.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45개 부담금 제도를 올 상반기까지 개선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고작 한 것이라고는 부담금 고지서 통합 정도다. 규제완화 실천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증세 없는 복지공약 실현을 위해 행정편의주의를 남용한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부가 부담금심의위원회와 부담금운용평가단을 도대체 뭐하러 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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