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우회적 방법으로 접근한 당국= 당국이 이번에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 파이낸스사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은 비금융기관인 파이낸스사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금융감독 당국은 사실 금감원이 출범하기전, 즉 옛 신용관리기금 시절부터 파이낸스사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해왔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통합되면서 당시의 대책도 흐지부지됐다. 이러는 동안 파이낸스의 위력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특히 퇴출종금사들이 밀집돼 있던 부산에는 파이낸스가 최고의 투자대상으로 자리했다. 비제도권 금융기관이 유일한 「투자안식처」로 인식되는 비정상적 관행이 굳어진 것. 금감원은 올초부터 실태파악 등 대책을 숙의해보았지만 교묘하게 탈법을 빠져나가는 파이낸스사에겐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선택한게 우회적 방법. 출자형태로 고객들을 현혹하는 파이낸스의 경영패턴을 파악, 국세청 등을 통해 심장부를 찌른 셈. 당국의 이번 행동으로 고객들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고, 이를통해 파이낸스사의 확장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효과는 거둘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국세청과 공정위의 이번 대책이 근원적인 해결법을 제시하길 바랄 수는 없다. 감독당국도 이 점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독버섯의 줄기는 제거= 국세청과 공정위의 이번 조사로 일단 우후죽순처럼 퍼진 파이낸스의 줄기는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600여개가 넘는 파이낸스사중 절반 가량은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고객들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게 됐고, 「시장의 원리」에 의해 설 곳이 없어진 군소 파이낸스 대부분이 도태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탈법 관행의 상당부분이 고금리에 바탕을 둔 「수신기능」에서 출발했고, 고객불안으로 이같은 매력이 없어진 상황에서 더이상 이들 파이낸스사들의 존립근거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 남은 방법은 여신기능이지만 기업 상당수는 저금리와 은행권 대출세일에 맞춰 여신창구로서의 파이낸스사를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결국 대부분 군소업체들은 적자생존의 원리아래 없어지고, 당분간 태생인 사채시장 등으로 잠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은 이제부터= 이번 조사로 파이낸스의 근본적인 문제가 없어지리라는 것은 소박한 기대다. 이번에 피해를 당한 파이낸스 고객들은 이들 회사에 돈을 넣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던 터였다. 제도권 금융기관의 저금리에 실망한 사람들이 언제 다시 파이낸스사의 교묘한 현혹작전에 말려들지 모르는 셈이다. 응급처방 차원이 아닌 근원적인 해법만들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감독원은 아직까지는 『「뜨거운 맛」을 본 고객들이 앞으론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 정도로 파이낸스의 폐해가 끝을 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도 강하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보다 체계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것.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길은 파이낸스사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 우선 옛 신용관리기금 실무진이 고안했던 여신전문금융기관으로 흡수하는 것. 덩치큰 파이낸스사들을 여전으로 흡수, 감독기관의 감독대상으로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출자자를 동원하는 탈법적 수신관행을 사라지게하는 것이다.
또다른 대안으로 거론되는게 협회를 통한 자율감독관행을 정책시키는 것. 우회적 감독방법이기도 하다. 이미 부산지역에는 파이낸스사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협회가 있다. 이를 강화해 감독당국이 협회를 우회적 방법으로 손아귀에 넣어 탈법적인 행동을 하는 파이낸스사들을 적출해내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이같은 과도기 단계가 1~2년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비우량 파이낸스사들은 사채시장으로 다시 회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기기자YKKIM@SED.CO.KR
우승호기자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