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영혁신으로 승부건다] 철강·중공업계

전통산업에 IT 접목 수익성·효율성 높이기 ■ 철강·중공업계 철강ㆍ조선ㆍ기계 등 중공업계가 '쇳가루 날리는 업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경영혁신에 나서고 있다. 경영혁신이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업종에서 국내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어, 전통산업 경영혁신의 방향타가 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공급과잉체제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바꾸려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전통산업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 최근 PI(Process Innovation)를 도입했다. 대규모 작업장에서 부분적으로 제작해 도크에서 이를 조립하는 그동안의 생산방식을 바꾸고, 사업아이디어 개발ㆍ설계에서부터 사후관리에 이르는 모든 업무를 꼼꼼히 따져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대우조선해양의 선택은 지난해 수주잔량과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한 회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많다. 심규상 대우조선해양 경영기획실 전무는 "경영혁신을 하지 않으면 이제 살아남을 수 없다"며 "경영진은 물론 직원들도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경영혁신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업종에서 가장 먼저 자동차 조립라인 생산방식을 적용한 삼성중공업도 '디지털조선소'로의 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작업과정ㆍ재고 등을 컴퓨터를 통해 한 눈에 파악해서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토양으로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 포스코도 변하고 있다. 포스코 경영혁신의 중심은 6시그마. 지난 5월초 6시그마 발대식을 가진 이 회사는 포항ㆍ광양제철소, 기술연구, 마케팅, 지원 등의 부문에서 82개 과제를 선정해 품질혁신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는 2005년까지 8차에 걸친 활동으로 1,680개 과제를 수행하고 2,880명의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유상부 포스코 회장은 "선진업체들로부터 경영혁신 방법을 배웠지만, 포스코만의 경영교과서로 다시 쓸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 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중공업도 '변화프로그램'을 통해 체질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두중은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구매·설계·재무회계부문을 대폭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며, 회사 가치 판단의 잣대가 되는 영업이익률과 투하자본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두중 관계자는 "공기업의 틀을 깨고 세계 최고의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것이 경영혁신의 장기 목표"라며 "이 같은 노력은 결국 투명경영과도 맞물려 일류 기업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업계 첫 PI채택 공동구매시스템 확대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10년에 세계 1등 조선소를 만들자는 'Global Top 2010'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경쟁력뿐 아니라 안전, 복지 등 기업의 모든 활동에서 일류기업을 달성하기 위한 것.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말 PI(Process Innovation) 출범식을 가지는 등 본격적인 경영혁신활동에 들어갔다. 조선업계 최초로 추진되는 PI 활동은 주문생산산업에서는 도입이 어려운 것으로 그동안 알려졌으나, 이 회사는 프로젝트를 2005년초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은 4개월전부터 회사내 분야별 전문가 45명을 선발, 전담추진팀을 신설했으며, 최근에는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액센추어와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또 본부장급 임원에게 프로세스 스폰서십을 부여해 분야별로 지원에 나서도록 했다. 또 표준공통자재와 총부용품의 구매비용 절감을 위해 '표준 공통자재 공동구매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e-마켓플레이스업체인 코리아 e- 플랫폼을 통해 개스킷, 볼트 등 공통자재 864종과 복사용지, 전자제품 등 총무용품 6종을 구매하는 것. 연간 600억원 가량 소요되는 이들 제품구매비 가운데 올해는 50억원 정도를 공동구매시스템을 이용해 구매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6월부터는 포항제철과 인터넷을 이용한 '강재 전자구매시스템'을 구축, 연간 30억원 가량의 구매비용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 車조립라인 방식 도입 생산성 향상·원가 절감 삼성중공업은 지난 98년부터 조선업계 최초로 자동차 조립라인 생산방식 개념을 도입한 'TACT시스템'으로 품질향상과 원가절감의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이 시스템은 흐름생산을 기본으로 작업자가 고정된 위치에서 작업하는 자동차ㆍ전자 생산라인과는 반대로 작업자가 공정팀별로 움직이면서 용접ㆍ배관 등 작업을 수행하는 것. 수작업에 의존했던 적반장의 물량관리를 컴퓨터 시스템으로 전환했고, 일일 물량 공급체제로 개선해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고 작업대기시간을 단축시켰다. 또 공정간의 낭비요소를 제거, 공정별 생산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TACT시스템을 통해 자동화에 의한 정확한 작업진행으로 앞공정에서 적기에 물량을 후공정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작업의 순서ㆍ방법ㆍ속도 등 구체적인 작업스케줄에 맞게 자재와 장비의 공급시점이 정해져, 막힘없이 작업진행이 가능하게 된 것. 이를 위해 각종부품이나 자재를 창고에 보관하지 않고 현장으로 직접 적기에 공급해 주는 체계도 만들었다. 삼성중공업은 전문컨설팅기관을 통한 생산혁신기법을 연구, 120명의 전문가를 이미 양성했으며 현장관리자에 대한 TACT시스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전사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TACT 인증제, TACT 자랑대회 등의 행사를 열고 있다. 이 같은 생산혁신활동으로 지난해의 경우 생산성이 전년에 비해 10%나 향상됐으며, 800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올해는 원가절감 규모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변화 프로그램 내세워 2006년 매출 2배 목표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시장환경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변화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변화프로그램이란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의 틀을 깬 두산중공업이 그룹의 주력기업으로서 투명하고 선진적인 경영을 통해 세계 유수의 플랜트 업체로 성장해나간다는 혁신 프로그램이다. 박용성 회장이 "변화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우리는 믿을 것이 이것 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두산중공업은 이 경영혁신 방안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변화프로그램은 투명한 책임경영 및 미래 핵심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는 거시적 조직 개편과 수익성 및 효율성 증대를 위한 세부 프로그램으로 나뉘어진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0월초 기존 기능적 조직구조를 비즈니스별 사업부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단일 BG(Business Group)내의 영업ㆍ사업ㆍ관리ㆍ생산 기능을 통합했으며, 손익의 원인을 명확히 따져 투명성이 담보된 책임경영을 구현하게 됐다. 또 그때그때 상황에 적합한 팀제를 도입해 결제 단계를 획기적으로 축소시킴에 따라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를 통해 시장 속성에 따른 외부 비교를 가능하게 했고, 새로운 잠?고객 및 시장을 발굴하는데도 활용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변화프로그램을 통해 2006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2배 수준인 5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6배인 5,9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PI로 3,800억원 절감 6시그마 운동도 적극 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꾸준히 확보하기 위해 경영혁신 작업을 지속적으로 유지ㆍ강화하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 최초로 지난 99년 1월부터 업무혁신 작업인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프로젝트를 정력적으로 실시해 오고 있다. 슈퍼컴퓨터(54억원)를 도입했고, 세계적 솔루션업체인 오라클의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을 채택했다. 2001년 7월에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및 통합 판매 생산계획(SCP)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바탕으로 온라인 통합 경영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신속하고 효율적인 스피드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PI작업을 주도한 류경렬 전무는 "과거 1주일 걸리던 월간 결산서를 하루 만에 볼 수 있게 됐다"면서 "물건 하나 구매하는 데 17개의 도장을 찍어야 했으나, 지금은 3~4개로 충분하고 제품 납기일도 30일에서 14일로 단축됐다"고 PI작업의 성과를 설명했다. PI 추진으로 올해까지 3,800억원의 비용을 절감, 투자비 이상의 효과를 거둔 포스코는 2단계 PI를 추진해 제철소간 또 공장간 상이한 조업 프로세스를 통합, 표준화하고 노후화된 제철소 시스템을 웹(Web) 기반의 최신예 시스템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특히 고부가제품인 자동차용 강판ㆍ스테인리스 제품 등 1,680개 프로젝트에서 불량률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6시그마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포스코의 6시그마 컨설팅사인 프라이스 워터 하우스(PwC)는 2005년까지 품질향상ㆍ경비절감 등에 따라 약 7,000억 원의 재무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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