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투자 및 고용확대를 요구하는 정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는 지난주 말 올해 4,000명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12일에는 1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와 116조원을 매출목표로 정한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LG의 올 사업계획은 설비투자는 줄이지만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의 한 고위관계자는 "민첩한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글로벌 마켓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불황기에 투자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인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한다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R&D 투자 사상 최대=R&D 투자의 경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해 대비 25% 늘려 사상 최대 규모인 3조5,000억원으로 확정했고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해 대비 8% 줄어든 7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는 늘어난 R&D 투자를 통해 미래변화를 주도할 핵심기술 개발 및 미래성장사업의 조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행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LG가 꼽는 미래기술은 ▦4세대 단말기 ▦태양전지 ▦전기자동차용 전지 ▦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등이다. 전자 부문의 경우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롱텀에볼루션(LTE) 단말 모델칩을 기반으로 한 4세대 단말기, 스마트 폰 및 모바일 TV 등 차세대 기술개발을 중점 추진한다. 또 태양전지와 시스템 에어컨, AM OLED, LED 등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 친환경기술 개발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화학 부문은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 개발, 당뇨ㆍ비만ㆍ치매 등 삶의 질과 직결된 질병을 치료하는 '해피드러그(Happy Drug)' 신약 개발에도 R&D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통신ㆍ서비스 부문의 경우 4세대 이동통신을 주도하기 위한 네트워크 고도화 기술 개발, 초고속인터넷ㆍ인터넷전화ㆍ방송이 결합된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사업을 선도하기 위한 안정적인 품질 확보와 신규 서비스 개발이 초점이라고 LG 측은 밝혔다. LG는 설비투자 축소에 대해 "지난해 대규모 프로젝트성 투자인 8세대 TFT-LCD의 주요 설비투자가 완료됨에 따라 올해 전체적인 시설투자 금액이 지난해의 8조5,000억원보다 감소하기는 했다"고 밝혔다. LG는 올해 시설투자 재원을 중소형 LCD용 저온폴리실리콘(LTPS) 생산라인, 2차전지, 편광판,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해외자원개발 사업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전자 부문에서 LG디스플레이가 5,700억원을 들여 파주에 중소형 LCD용 LTPS 신규 라인을 구축하는 것을 비롯해 8세대 및 6세대 라인 확장 등에 올해 총 2조~2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위기 정면 돌파한다=LG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였던 115조원보다 1조원 늘어난 116조원의 올해 매출목표를 설정했다. 부문별로는 ▦휴대폰 확고한 글로벌 3위 유지 ▦LCD TV 50% 판매 신장 및 2010년 글로벌 2위 진입 ▦가정용 에어컨 글로벌 1위 유지 및 상업용 에어컨 5년 1위 달성 등을 목표로 잡았다. 글로벌 위기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분위기는 구 회장의 리더십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 회장은 "어렵다고 사람 내보내거나 안 뽑으면 안 된다. 아무리 어려워도 LG만의 차별화된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R&D 투자는 줄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통해 그룹의 방향을 뚜렷이 제시했다. 이와 관련, LG의 한 관계자는 "당초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안함이 있었지만 구 회장의 발언 이후 그룹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불황을 돌파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