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줄세우기 인사 없앤 두산의 참신한 실험

두산이 고과점수를 없앤 새로운 인사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인사고과 때 석차를 따지는 게 아니라 임직원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해 장점을 키우고 약점을 보완하는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인재양성, 공정성, 열린 소통 등 개개인의 특성을 알 수 있도록 45개로 구성된 평가항목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신선한 시도다.


대다수의 우리 기업들은 임직원을 점수가 인격화한 대상으로 봤다. 각 분야에서 얼마나 일을 잘했고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두 수치로 표시될 뿐이었다. 개개인의 발전 가능성과 개인에 대한 회사의 기여도 같은 것은 아예 개념조차 없다. 승진과 더 많은 보수를 위해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했고 임직원들은 평가의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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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변화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채용시장의 탈스펙 바람이 그것이다.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인재를 찾기 위한 기업의 시도는 획일성을 날려버리고 있다. 하지만 이 바람은 기업 문턱까지만 왔을 뿐 아직 사무실과 산업현장 내부로 스며들지는 못했다.

두산의 실험은 변화의 조짐을 기업 내부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인사를 인재육성 프로그램과 연계했기에 더욱 그렇다. 서로의 대화를 통해 장단점을 찾은 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육성계획도 수립했다. 개인의 발전을 조직이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다. '전체를 위한 하나'에서 '하나를 위한 전체'로 개념을 확대한 결과다.

변화의 바람이 두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최근 한 설문에서 직장인의 95%가 과중한 업무 등으로 매일 사표를 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고 답했다. 이래서는 기업이 영속성을 가질 수 없다. 회사와 임직원이 갑과 을이 아닌 파트너로 존재할 때 우리 기업문화가 건전해지고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상생과 공존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제2, 제3의 두산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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