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우리 기업들은 임직원을 점수가 인격화한 대상으로 봤다. 각 분야에서 얼마나 일을 잘했고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두 수치로 표시될 뿐이었다. 개개인의 발전 가능성과 개인에 대한 회사의 기여도 같은 것은 아예 개념조차 없다. 승진과 더 많은 보수를 위해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했고 임직원들은 평가의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변화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채용시장의 탈스펙 바람이 그것이다.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인재를 찾기 위한 기업의 시도는 획일성을 날려버리고 있다. 하지만 이 바람은 기업 문턱까지만 왔을 뿐 아직 사무실과 산업현장 내부로 스며들지는 못했다.
두산의 실험은 변화의 조짐을 기업 내부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인사를 인재육성 프로그램과 연계했기에 더욱 그렇다. 서로의 대화를 통해 장단점을 찾은 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육성계획도 수립했다. 개인의 발전을 조직이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다. '전체를 위한 하나'에서 '하나를 위한 전체'로 개념을 확대한 결과다.
변화의 바람이 두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최근 한 설문에서 직장인의 95%가 과중한 업무 등으로 매일 사표를 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고 답했다. 이래서는 기업이 영속성을 가질 수 없다. 회사와 임직원이 갑과 을이 아닌 파트너로 존재할 때 우리 기업문화가 건전해지고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상생과 공존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제2, 제3의 두산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