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2강 구도로 압축된 외환은행 매각작업의 1라운드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세력으로 국민연금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국민은행ㆍ하나금융지주 모두 자체적인 자금동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외환은행인수전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된 배경에는 외환은행 노조와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도 상당부문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은 경영이 정상화된 양질의 매물이어서, 인수 후보기관이 공공성이 강한 국민연금과 손잡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외환은행의 인수 후보자가 국내에서 자금 조달에 성공했을 경우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한 인수후보 보다는 국민적인 지지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는 초기에 승기를 잡기위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투자기관에 구애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대체투자팀을 통해 1조2,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외환은행 인수에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어 연금이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인수전의 중요 변수로 부각될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국민은행보다 외부 조달자금비중이 더 높은 하나금융지주는 상환우선주 발행 방식을 통해 실세 금리에 프리미엄(50bp 안팎)을 주는 방식으로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환우선주 발행 방식은 신한지주의 조흥은행 인수와 현대캐티팔의 GE 자금 유치에도 사용된 바 있다. 이에 반해 국민은행은 자사 주식 또는 외환은행 주식으로 교환해주는 스왑방식을 제안했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실제 투자자금 조달에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는 국민은행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경우 국민연금을 파트너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도 해외 파트너를 물색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은행은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어 외부자금 마련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민은행의 주주구성상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아 국민연금에만 매달리면 국수주의로 잘못 비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지주가 제안한 방식이 사실상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식인데다 파격적인 조건을 담고 있는 반면 국민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할 경우 ‘리딩 뱅크’ 프리미엄을 통한 고수익도 겨냥할 수 있어 파트너 선정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양쪽의 조건을 저울질하다 최종 선정되는 금융기관에 자금을 투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동안 제3의 해외 금융기관도 외환은행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외환은행 매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실사에 참여한 싱가폴개발은행(DBS)이 한국시장 진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하나금융지주와 제휴가 아닌 외환은행 직접 인수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13일부터 매각 입찰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인수 의사를 가진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계획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