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은 외교통상부다. 외교부는 통상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 이관할 예정이지만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타 부처 전출이 예정된 직원들과 어정쩡한 동거 중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개선 작업이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운을 좌우할 정책들은 논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이나 캐나다 등 FTA 체결 희망국들과의 교섭 준비도 늦춰져 장기적으로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부처가 정해져야 큰 그림을 그리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기존에 해오던 일만 계속해서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통상교섭과 관련된 5개국 중 FTA정책국과 FTA교섭국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통상기능의 존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안 논란의 중심이 된 방송통신위원회도 업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현재 방통위는 주파수 정책을 비롯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지상파 3사 간의 재송신 대가 산정 문제 등 처리해야 할 사안이 많다. 특히 지상파 재송신 문제의 경우 MSO 측이 방송송출 중단이라는 카드를 언제든 꺼낼 수 있어 하루빨리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방통위 직원들 대부분은 새 정부의 메인 부서로 떠오른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눈치"라며 "자신이 어느 부서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업무에 집중하기란 사실상 힘들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농림축산부와 해양수산부로 쪼개질 농림수산식품부와 과학 기능이 분리되는 교육과학기술부,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로 나눠질 국토해양부 또한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는 상당기간 정상 운영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각 부처의 업무를 조율할 국무총리실 또한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각 부처 장관 취임이 늦어지면서 실무자 간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와 총리실장이 국정을 챙기기 위해 업무를 시작해도 실무자급 부처 협의가 진행되지 않아 전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2월15일 이후 차관회의를 비롯해 국가정책조정회의가 열리지 않아 정부정책 추진이 마비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