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逆 M&A 효과' 크다
SK㈜ 지분 매각, 계열사 재무구조 좋아져오너 일가 지분 조정으로 계열 분리 발판도소버린, 주총 승리 불투명·주식 매도도 '곤란'
웰링턴 356만주 매도 중동계펀드서 매입한듯
SK 그룹이 소버린자산운용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세를 역이용, 계열사 구조조정의 호기로 삼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SK㈜ 지분 매각을 통해 부실 계열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오너 일가간 계열 분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 반면 소버린은 SK㈜에 대한 잇따른 백기사(우호세력)의 출현으로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승리가 불투명해진 데다 지분 매각도 어려운 상황을 내몰리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 톡톡= SK케미칼은 20일 개장전 시간외 대량매매로 보유 중인 SK주식 416만주(지분 3.28%) 가운데 110만주(0.85%)를 SKC&C에 매각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올해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지분 매각 619억원을 부채 상환에 사용할 경우 차입금이 5,200억~5,3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구 대신경제연구소 애널리스트도 “SK케미칼은 SK제약과 동신제약을 합병하고, 정밀화학과 생명공학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게 될 것”이라며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은 부채 상환과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SK건설도 마찬가지다. 황상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SK건설은 최근 지분 매각으로 취득 원가대비 1,560억원의 매각 차익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SK건설의 재무 리스크 경감으로 대주주인 SK케미칼의 부담도 줄어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K건설은 자본금은 2,200억원 가량이지만 부채는 1조2,900억원에 달해 유동성 위기 및 매각설까지 업계에 나돌았다.
◇경영권 안정 효과도= SK건설과 SK케미칼은 SK㈜ 지분을 우호세력이나 계열사에 매각했다. SK㈜ 경영권 방어에는 지장이 없도록 한 것. 특히 SKC&C에 대한 지분 매각으로 최태원 회장의 SK㈜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지분 매각은 또 계열사 주가의 강세 요인이다. 황형석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도 “SK케미칼의 주가는 수익 가치보다는 장부가 기준으로는 매력적”이라며 “SK 지분의 추가 현금화 가능성이 상존함에 따라 주가가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SK케미칼의 SK㈜ 지분 매각이 사촌형제 사이인 최신원 SKC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분가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계열 분리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SK㈜ 지분 조정을 통해 최태원 회장은 SK㈜ㆍ텔레콤, 최신원 회장은 SK케미칼을 중심으로 계열 분리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올들어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 최지원, 최예정씨 등 고 최종건 회장의 직계 자손들은 SK케미칼 지분을 잇달아 매입, 12.09%로 늘렸다. 이는 최태원 회장 6.84%, 최재원씨 2.27% 등 고 최종현 회장 계열의 총지분(9.11%)를 웃도는 규모다.
SK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이 끝날 때까지 최태원 회장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5년 뒤에는 본격적인 계열 분리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소버린은 진퇴양난= 반면 소버린은 웰링턴운용의 지분 2.8% 매각 등 우호세력의 이탈로 난감한 처지로 몰리고 있다. 김재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투기적인 요소가 가세, 비정상적으로 오른 SK㈜ 주가가 내년 주총 이후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버린으로서는 현재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백관종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도 “펀더멘털 측면에서만 보면 SK㈜의 목표 주가는 6만6,000원”이라며 “경영권 분쟁 기대감이 사라지면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입력시간 : 2004-12-20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