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때 '황금낙하산'을 통해 거액을 챙기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늘어나자 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정유회사 발레로에너지, 미디어 기업 가네트, 상업부동산 업체 보스턴프로퍼티, 식품업체 딘푸드 등 4개 기업 주주총회에서 과반수 이상 주주들이 회사 매각시 CEO에게 과도한 퇴직금을 지급하는 황금낙하산 대해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황금낙하산이란 M&A 때 피인수기업 임원에게 지급하는 거액의 퇴직금이다. 적대적 M&A의 방어책으로 착안된 이 제도는 CEO가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회사의 미래를 위한 M&A를 방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회사들이 앞다퉈 도입해왔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황금낙하산이 CEO들이 과도한 보상책을 챙겨가는 탐욕적 행태를 용인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미국에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도드프랭크법을 도입, 주주들이 연봉·퇴직금 등 기업 임원의 보수액을 찬반 표결할 수 있도록 했다. 임원보수투표제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반대표가 많을 경우 경영진의 보수삭감 압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올 들어 M&A가 활발해지면서 황금낙하산을 통해 거액을 챙기는 CEO들이 늘어나자 이 제도에 대한 반대여론도 커지고 있다. 전 타임워너케이블 CEO였던 로버트 마커스는 취임 2개월 만에 회사가 컴캐스트에 팔리면서 8,000만달러를 '횡재'했다. 또 유통업체 사이먼프로퍼티그룹의 데이비드 사이먼은 M&A시 퇴직보상금이 2억4,500만달러, 디스커버리커뮤니케이션스의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2억3,200만달러에 달하는 사실이 알려져 주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또 M&A 이후 CEO가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음에도 거액의 보상금을 받는 경우가 있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들어 산토리에 매각된 짐빔의 매튜 샤토크 CEO는 직책이 유지됨에도 2,090만 달러의 스톡옵션을 보상금으로 받았다. 또 회사가 솽후이에 넘어간 후에도 자리보전을 약속받은 래리 포프 스미스푸드 CEO도 1,800만달러를 챙겼다.
이에 따라 주주들 사이에서 막대한 CEO 보상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 급여 및 보상 컨설팅 회사인 펄메이어&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이후 M&A를 추진한 319개 주총을 분석한 결과 M&A에 90% 이상의 주주가 찬성한 기업의 비율은 93%에 달한 반면 황금낙하산에 90% 이상의 주주가 찬성한 기업은 42%에 불과했다. 또 막대한 보상금에 대한 세금까지 기업에서 부담하는 '그로스업'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주요 50개 대기업은 2006년 21곳에서 2012년 7곳으로 줄었다.
발레로에너지의 보상투표안을 주도했던 아말가메이티드은행의 스콧 자드릴 기업지배구조 대표는 "보상에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케이크(주주이익) 위에 올려진 체리(CEO 보상)의 크기가 너무 크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